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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하겠다지만…금융투톱 '불안한 동거'
김주현 "규제 푼다", 이복현 "엄격한 잣대"
입력 : 2022-06-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금융위원장과 검사 출신의 금융감독원장이 '협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불안한 동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강하다. 과거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실세 금감원장이 등장할 때마다 두 기관은 각각의 개혁성을 내세우며 갈등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횡령 등 금융권 내부통제 대책과 암호화폐 감독 기능, 사모펀드 사태 처리 등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 출신인 금감원장 임명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협조해서 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취재진에 "협조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료 출신의 금융위원장과 검사 출신의 금감원장 조합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목소리로 규제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금융위의 관리를 받는 금감원이 강경 태세로 전환되면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개혁 성향의 외부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으로 임명될 때마다 두 기관 사이 불협화음이 반복적으로 새어나왔다. 특히 문재인정부 당시 윤석헌 전 원장의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를 앞세우며 최종구·은성수 전 금융위원장과 마찰을 빚었다
 
당시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고 강도 높은 검사와 징계 일변도 감독정책으로 금융사들과 법정다툼까지 벌이는 등 갈등이 심화된 바 있다. 윤 전 원장은 대통령이 "근본적인 금융 개혁"을 주문한 이후 임명된 비관료 인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위 '윤석열 검찰 사단'으로 꼽히는 이복현 금감원장도 벌써부터 실세 원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굵직한 경제금융 사건을 수사해온 이 원장이 향후 사모펀드나 루나 사태 등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강경 기조를 강행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사모펀드 사태 관련 재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면서 금융권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전 정부 때 발생한 사모펀드 문제를 전반적으로 재조준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금감원 측은 "이 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원론적으로 대답한 수준"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특수통 검사 출신이 사모펀드 사태를 거론한 것만으로도 금융권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반면,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하면서 윤석열정부의 규제개혁 기조를 실현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금산분리는 말 그대로 금융과 산업 간 결합을 억제하거나 제한하는 규제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규제를 완화해 메가뱅크를 키우겠다며 금산분리 완화 등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두 당국 수장이 일단 협조를 강조하며 한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가 금감원을 관리하는 구조로 모든 중요 의사 결정은 금융위를 통해 이뤄진다"며 "외부 출신의 금감원장은 대체로 이 같은 종속적인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취임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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