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배터리와 함께 국가 기간산업으로 분류되지만 정부의 ‘홀대론’이 나올 정도로 지원 정책이 미미하다.
여기에 반도체만큼 전문 인력 이탈 현상이 심화됐음에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이를 막는 것 이외 정부의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는 게 실정이다. 이에 디스플레이 양대 산맥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는 자체적으로 대학과 협력을 맺어 인재 확보에 나섰다.
13일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연세대와 국내 최초로 ‘디스플레이 융합공학과’ 설립 협약을 맺은데 이어 지난달 연세대·한양대·성균관대 대학원에 채용연계형 디스플레이 계약학과를 신설해 디스플레이 전문 인력을 2027년까지 200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2023학년도부터 매년 각 대학원 별로 10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선발해 이들에게 재학 기간 학비전약과 학비 보조금, 연구비 등을 지원한다. 졸업 후엔 LG디스플레이 취업도 보장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올해 1월 KAIST 대전캠퍼스에 채용연계형 인재양성 과정을 신설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CES 2022'에 전시된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 OLED. (사진=삼성디스플레이)
KAIST는 전기 및 전자공학부 등 관련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디스플레이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5년간 총 50명의 인재를 선발해 석·박사 과정에 필요한 장학금과 학자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에는 입사를 보장한다.
삼성·LG가 대학과 손잡고 학비를 지원, 이후 자사에 취업을 보장하는 건 디스플레이 업계에 인재가 부족이라는 적신호가 켜졌다는 시그널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개발을 앞당겼다. 중국이 LCD 기술 개발을 발 빠르게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인력들을 대거 채용한 것과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자리한다.
실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빅 4인 BOE, 티안마, 비전옥스, CSOT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고, 이중 BOE와 CSOT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저가 LCD 물량 공세에 나서 기존 시장의 강자였던 삼성과 LG디스플레이를 밀어냈다.
더욱이 BOE에는 LG출신 CSOT에는 삼성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다수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업체들은 기존 연봉 대비 2~3배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현지에 거주지 마련 등을 제안하며 한국 인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퇴사 시 ‘영업비밀 보호 계약서’를 작성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자회사 고용 등 편법을 쓰기에 이직을 원천봉쇄하기란 어렵다. 일각에서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전자나 기계공학과를 나와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취업이 가능했지만 산학협력이 확대되면서 이들 학부 전공자들이 디스플레이 계약학과를 나온 이들과 취업 경쟁에 밀릴 수 있다”면서도 “인재 확보가 기술을 담보하는 만큼 인력 유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인재 확보를 위해 대학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기업에 펀드 조성,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이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했다.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 정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박진성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전세계에서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곳은 한국과 중국 두 곳뿐인데다 미중 패권이 지속되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스플레이 자금 조달 비중은 45%로 반도체 20% 보다 높아 국내 중소·중견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낙수효과도 크다”고 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