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가운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집안싸움에 매진하던 민주당이 뒤늦게 민생을 외치고 나섰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요인이 민생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 있다고 보고, 실사구시 이미지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이다.
민주당은 14일 오후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을 열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선언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단장을, 김성환 정책위의장과 이학영 의원이 부단장을 맡았다. 크게 물가안정대책팀, 코로나피해지원팀, 가계부채대책팀, 화물노동차생존권보호팀, 납품단가연동제도입팀, 장애인권익보호팀으로 나눠 민생 현안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해결을 위해 국민의힘에 여야 당대표, 원내대표로 이뤄진 4인 회동도 긴급 제안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 등의 해법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 대란을 해결하고 서민경제 보호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8일째를 맞은 14일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이 멈춰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서민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어제 코스닥 시장에서는 지난 1996년 개설 이래 가장 많은 종목이 하락했고, 연간 누적 무역적자는 14년 만에 최악인 138억달러를 넘어섰다"며 "환율도 금융위기 시절 수준인 1300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는 이미 초비상으로,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은 5.4%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우 위원장은 이를 윤석열정부의 무능과 연결시켰다. 그는 "서민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1인가구와 청년들은 라면으로 하루를 때우고 있는데 대통령은 물가비상대책회의 한 번 소집하지 않았다"며 "지금 국민들이 이토록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팝콘을 먹으면서 ‘빵쇼핑’하는 모습은 너무 한가로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우상호 비대위' 출범 이후 '무능한 정부, 유능한 야당' 이미지를 대내외에 강조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지난 12일 비대위 출범 첫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민주당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들을 위해서 더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더 먼저 했다고 비친 것도 패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간 계파 싸움으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준 것에 대한 시인이자 사과였다. 이는 민생우선실천단 출범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민주당의 이 같은 변화는 윤석열정부에 무능 프레임을 씌우는 한편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가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통해 자신들이 가장 시급한 현안인 물가와 화물연대 파업부터 시작해 종합적인 민생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다. 이는 곧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으로 연결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치의 근본이 민생을 살리는 데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라며 "다만 국정을 운영하는 게 정부와 여당이지, 견제하는 야당이 아니질 않느냐. 주도적으로 민생을 살리겠다는 말이 크게 와닿지는 않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