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동국제강(001230)이 하청 노동자 고 이동욱씨 사망 사고에 대해 유가족과 합의를 일단락지었다. 민사 사항을 합의하면서 양측은 형사 쟁점만을 남겨두게 됐다.
동국제강 및 하청업체 창우이엠씨 관계자와 고 이동욱씨의 유족 등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에서 조인식을 진행했다.
합의 사항에 따라 동국제강은 장세욱·김연극 대표이사 명의로 홈페이지 1면에 1주일 동안 사과문을 올리기로 했다.
아울러 유족에게 사고 조사 보고서 및 전원 차단 시스템(ILS) 설치·운영 개요가 추가되는 재발 방지 대책안을 제공한다. 산재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를 제외하고, 민사배상금과 위로금도 지급한다.
회사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별도 협의하게 된다.
시민사회 ‘동국제강 산재사망사고 지원모임’에 따르면, 최종 합의문은 양측이 각자의 요구사항을 일부 양보한 결과다. 회사 측은 형사상 이의 부제기나 합의 이후 회사 비판 제한 조항을 내걸었으나 관철하지 못했고, 유족은 대면 사과와 징벌적 손해배상의 배상 기준을 양보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찬희 동국제강 동반협력실장 상무는 "이렇게 (합의 도출이) 늦어진 거에 대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 이동욱씨에 대한 사후를 헛되이하지 않도록 훨씬 더 철저한 사고 예방 대책, 안전 조치에 대한 부분을 준비를 해서 또다시 저희 회사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인의 배우자 권금희씨는 "다시는 남편처럼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말 부탁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찬희 동국제강 동반협력실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고 이동욱씨 배우자 권금희씨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양측은 민사 합의는 이뤘지만, 형사 사항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남겨두게 됐다. 조인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권씨는 "이 종이(합의문)가 남편을 대신하는건지, 우리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고 너무 허무하다"며 "억울한 죽음이 두 번다시 반복되지 않게, 꼭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서 정말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한 사람, 한 가정을 파괴시킨 사람들의 죄값을 꼭 치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하청 직원 고 이동욱씨는 지난 3월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바 있다. 유족은 원청의 책임을 요구하며 4월19일부터 본사 앞에서 농성해왔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