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르노코리아,
쌍용차(003620), 한국지엠 등 이른바 '르쌍쉐'의 경우 이렇다 할 전기차 모델이 없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는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며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어 전기차 시장에서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완성차 5개사는 국내 시장에서 60만2217대를 판매했다. 이중 현대차그룹이 54만6792대로 점유율 90.8%를 차지했고 르쌍쉐는 5만5425대를 판매해 9.2%에 그쳤다.
르노 전기차 '조에'.(사진=르노코리아)
몇 해 전만 하더라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80% 초반의 비중을 차지하던 현대차그룹의 합산 점유율은 어느새 90%를 넘겼다. 반대로 르쌍쉐의 입지는 좁아져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르쌍쉐는 경영위기가 지속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했고 이렇다 할 신규 모델도 내놓지 못한 것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5, EV6 등 전용 전기차를 앞세워 국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면서 간극은 점차 커졌다.
실제 올해 1~5월 현대차·기아가 국내에 판매한 전기차(포터, 봉고 EV 제외)는 각각 1만8562대, 1만1163대로 총 2만9725대다. 같은 기간 르쌍쉐 전기차 판매량은 703대에 불과하다.
르노코리아는 전기차 조에와 트위지를 판매 중인데 올해 각각 112대, 40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쌍용차도 지난 2월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지만 생산 차질로 판매량(108대)이 미미하다. 한국지엠의 경우 신형 볼트 EV·EUV 고객 인도가 지연되면서 볼트 EUV 80대만 판매됐다.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사진=쌍용차)
르쌍쉐가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르노코리아는 2026년에야 국내에 순수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 인수가 무산된 쌍용차는 재매각 작업이 한창인 만큼 당장 전기차 개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2025년까지 전기차 10종을 출시한다고 밝혔지만 전기차를 한국에서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전기차를 전량 수입함에 따라 지금처럼 반도체 부족 등 공급 이슈에 적극 대응하기 힘들어 판매량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업계에선 외국계 기업이 소유한 완성차업체들이 신차 개발보다는 기존 제품의 내수시장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차 한 대를 내놓기 위해서는 최소 3~4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고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간다. 신차 개발보다는 현지 조립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르노나 GM이 전기차를 국내에서 조립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르노코리아의 경우 매출이 그룹에서 9위에 불과해 한국은 주요시장이 아니다"며 "결국 미래차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고 유럽의 전기차 규제가 대폭 강화돼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는 것을 우선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