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의회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결국 시의회를 통과했다.
서울시의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63명 중 찬성 54명, 반대 2명, 기권 7명으로 해당 조례안을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윤기 의원(관악2)이 대표 발의한 해당 조례안은 장애인이 전용 주거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비장애인 이웃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조례 통과를 위한 투표에 앞서 서울시의원 일부가 이 안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찬반토론이 이뤄졌다.
정의당 소속 권수정 의원은 "장애인 당사자의 47.5%가 비자발적으로 거주시설에 입소했다는 인권이 발표가 있었다"며 "장애인을 집단적 수용 형태로 보호하는 정책을 중단하고 24시간 개인별 지원 체계를 통해 중증장애를 가졌다 해도 시설 아닌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탈시설을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권 의원은 또 "어디에도 시설을 강제 폐쇄하거나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시설을 없애겠다는 내용이 없고 오로지 정착 지원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지원하고 예산을 수립할 것을 담고 있다"며 "탈시설이 특이사항이 아니라 시설 거주가 특이사항이란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이 언급한 논란 사항은 '스스로 의사결정 할 능력이 충분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장·자치구청장이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상임위 논의를 거치며 이 조항은 삭제됐다.
반대 입장을 펼친 민생당 소속 김소영 의원은 해당 조례 제정이 찬반에 부딪히는 이유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 당사자의 독립에 대한 마음과 장애인을 수동적인 보호의 대상에서 자율적 인권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조례 제안 이유에 공감한다"면서도 "조례에 사회적 합의가 도출이 안 된 가장 큰 이유는 현 정책이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에게 탈시설화 조례 제정 이후의 현실에 대한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반대 이유를 들었다.
이어 "우리 지역사회가 돌봄 자립에 대한 제도를 제대로 안 갖추고 있는데 탈시설화는 거주 만족도를 낮추고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가중 시킨다"며 "서울시는 작년에 조례를 연내 제정하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공청회나 토론회가 없었고, 찬반 의견이 첨예한 만큼 신중한 논의 거쳐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하고 소통해 조례 제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화숙 의원도 "지금의 조례는 상임위 과정에서도 급하게 몇 번 수정한 누더기 조례안"이라며 "임기 말이니 좋은 게 좋다고 해서 동료 의원이 부탁한다고 해서 그냥 통과시켜주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10대 의회 마지막에 와서 소위 알박기 조례 제정이 아닌 보다 충분한 소통 과정과 심층 깊은 연구를 부담해서 모든 시민과 장애인 당사자에게 충분한 공감을 얻어야 한다"며 "이번 조례안 통과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장애인 지원주택 등 탈시설 관련 사업은 서울시가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조례 통과는 서울시가 자발적으로 해 왔던 사업이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재정 지원 근거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조례가 통과돼도, 탈시설을 반대하는 장애인 단체들을 설득하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발굴하는 것이 과제다. 돌봄 공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탈시설은 거주 의지가 있는 장애인들의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반발도 시민단체에서 꾸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탈시설은 거주시설에서 나가도록 하는 조례가 아니다"라며 "내년 탈시설 3차 추진 계획을 수립하기 이전에 탈시설에 우려를 표하는 분들과 세부적인 정책 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08회 정례회 2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