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그룹 신사옥 조감도. (사진=JW그룹)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JW중외제약(001060)이 비항체 환자를 대상으로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에 대한 보험 급여 등재에 나선다. 급여 확대가 결정되면 A형 혈우병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GC녹십자와 본격 경쟁이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A형 혈우병 비항체 치료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보험 적용을 위해선 심평원 약제기준부가 급여기준 검토를 마치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야 한다. 약평위 심의를 통과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건강 보험 적용 가격 협상,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한다.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유한 환자는 항체 환자로 항체가 없는 환자는 비항체 환자로 나뉜다. 현재 헴리브라는 항체 환자들을 대상으로 처방할 땐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만, 비항체 환자들에게 투약될 때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JW중외제약 헴리브라의 급여 부문은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는 부분이다. 쉽게 말하면 항체 환자들을 대상으로 처방할 때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만, 비항체 환자에게는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당국에 신청한 것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선 급여 기준을 확대하는 부문에 주안점을 두고 검토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보건복지부에 보고한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 인자가 결핍돼 나타나는 선천성 출혈성 질환이다. 출혈이 발생했을 때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보충요법이나 주기적으로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예방요법을 쓸 수 있다. 혈액 응고 인자는 현재까지 12가지로 알려져 있다. 선천성 혈액 응고 결핍증 중 혈우병 A는 제8인자 결핍, 혈우병 B는 제9인자 결핍이 원인이다.
2020년 한국혈우재단이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혈우병 환자 중 A형이 69.6%, B형이 17.3%를 차지해 일반적인 발병 양상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생존 남아 5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시장조사기업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혈우병 치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1억달러(약 14조원)를 넘어 2028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JW중외제약이 당국으로부터 급여 확대를 승인받게 되면 혈우병 치료제 시장도 활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JW중외제약은 혈우병 치료 시장에서 비항체 환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JW중외제약 측은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가 당국의 승인을 받을 시 비항체 급여 기준 확대로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서 헴리브라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헴리브라는 세계 최초 피하주사 혈우병치료제로 일본 쥬가이제약이 개발했다. 주가이제약을 흡수한 다국적제약사 로슈는 미국과 유럽에서 헴리브라를 판매하고 있다. 2017년 JW중외제약이 주가이제약으로부터 국내 독점 개발·판매 권한을 확보해 2019년 1월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헴리브라는 혈액응고 제8인자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A형 혈우병의 일상적 예방요법제인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이다. 제8인자의 혈액응고 작용기전을 모방해 활성화된 제9인자와 제10인자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특이항체 기술이 적용된 혁신신약이다.
현재 출시된 치료제(예방요법)는 모두 2~3회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나 헴리브라는 주 1회부터 최대 4주 1회 피하주사로 예방 효과가 지속된다.
지난해 기준 A형 혈우병 비항체 시장은 506억원 규모다. GC녹십자의 '애드베이트'(다케다 공동판매)가 시장점유율 45%로 1위다. '그린모노'(2위)와 '애디노베이트'(4위)도 녹십자가 판매한다.
앞서 GC
녹십자(006280)는 2010년 3세대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를 개발했다. 그린진에프는 3세대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A형 혈우병 치료제다. GC녹십자가 세계 세번째, 국내에선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지난 2010년 국내에 출시한 제품이다.
GC녹십자는 중국법인인 GC차이나가 혈장 유래 A형 혈우병 치료제 판매를 쌓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확보할 방침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8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그린진에프의 품목허가도 획득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차세대 혈우병 치료제인 'MG1113' 임상 1b상에 돌입하기도 했다.
GC녹십자 연구원 모습. (사진=GC녹십자)
MG1113은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항체로 만들어진 치료제다. 혈우병 유형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혈우병 치료제의 특질은 환자들이 부족한 팩터에 직접 응고 인자를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GC녹십자의 MG1113은 그 팩터들을 촉진하는 항체로 만들어졌다.
GC녹십자는 2020년 아톰와이즈 회사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아톰와이즈는 인공지능(AI)를 이용해 약물을 스크리닝하는 회사다. 현재 GC녹십자는 아톰와이즈와 협업을 하면서 경구 투여가 가능한 혈우병 치료제의 후보군을 스크리닝하는 단계다.
SK플라즈마도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와 필수의약품인 알부민 등 혈액제제를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앱스틸라는 싱글체인(단일 사슬형) 기술로 설계된 A형 혈우병 치료제다. 앱스틸라의 특질은 체내 안전성과 약효 지속시간을 향상시킨 제품이다. 앞서
SK케미칼(285130)이 앱스틸라 원천 신물질 'NBP601'을 개발했다.
앱스틸라는 2009년 씨에스엘베링으로 원천 기술이 수출됐고, 2021년 6월1일 보험급여를 적용받으며 국내로 돌아왔다. 혈우병 A 환자가 본 빌레브란트 인자와 결합이 불안정하면 8인자가 체내에서 금방 사라져 출혈 관리 효과가 낮고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는 단점을 보완했다.
툴젠(199800)은 지난 1월 서울대학교 염수청 교수팀과 이화여대 이혁진 교수팀의 공동연구를 통해 A형 및 B형 혈우병 생쥐에게 mRNA 약물을 체내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혈우병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현재 툴젠은 혈우병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툴젠은 유전자교정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적용 가능한 부문이 혈우병 치료제라고 보고 있다.
툴젠 관계자는 "툴젠이 다루는 기술이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에 혈우병 치료제 부문에서 성과가 나오면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