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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일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야
입력 : 2022-06-27 오전 6:00:00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영계가 각종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영계는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현 대통령의 당선을 일제히 축하하면서부터 취임 50일이 가까워진 현재까지도 각종 보고서와 설문조사 등으로 법률 개정, 제도 보완, 세제 개편 등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의 다양한 주장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 표현은 규제 개선의 의미로 사실상 굳어져 버렸다. 경영계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면 투자가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성장한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대로 실현된다면 누구라도 수긍할 만하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새 정부도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경제 정책 방향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춰주고, 중대재해처벌법도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정부는 현행 주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연공성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 등의 노동 시장 개혁 추진 방향도 제시했다.
 
하지만 규제를 개선하는 등 정책의 변화로 경제를 성장하게 할 수 있다는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막 출범한 친기업 성향의 정부라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쭉 이어질 기업 경영을 정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울러 이번 경제 정책 방향이 과거 보수 정부가 추진했던 관행적인 감세에 불과하다면서 현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유의미한 해법인지 모르겠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장시간 노동 방안과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란 노동계의 반발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고원자재가, 고환율, 고금리 등 대내외적인 급속한 환경의 변화는 규제 개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 모두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문제다. 오죽하면 경영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현 대통령조차 경제 위기를 촉발한 여러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고 말하지 않았겠는가. 주52시간제 개선 방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란 대통령의 발언도 정책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어떠한 정책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두 받아들여야만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한쪽의 요구를 외면한 채 다른 한쪽의 요구만을 반영한 정책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낫다.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현안은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 산업 현장에서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처우 개선을 호소하면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 역시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지만, 노동자의 안전과 대우 문제를 눈앞에 두고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성장만 외치는 것은 무의미하다.
 
경제 성장은 정부와 기업의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정책을 주도하고, 기업이 일제히 따라오는 방식의 경영은 전 세계적인 경쟁 체제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 모두 강조하는 경제 성장을 더 탄탄하게 이어가기 위해 근본적으로 무엇이 뒷받침돼야 하는지를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기업할 맛 나는 여건과 함께 일할 맛 나는 여건도 조성돼야 하지 않을까. 
 
정해훈 재계팀장
 
정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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