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수사했다가 좌천됐던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문 정부를 겨냥하고 있는 검찰청 지휘부로 대거 복귀했다. 이번주 차장·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까지 완료되면 전 정권 인사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이 설치될 서울동부지검 지휘라인에 주목된다.
서울동부지검 신임 수장으로는 사법연수원 26기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가 보임됐다. 임 검사는 이번 검사장 승진자 중 연수원 기수가 가장 높다. 최근 대검 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를 앞두고 검찰 안팎에선 검사장급 승진 대상 기수로 연수원 28~29기가 거론됐는데 26기 임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된 것이다.
임 신임 지검장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 시절 ‘한명숙 전 총리의 9억원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했던 주임검사이자 일명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2014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지내며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STX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수사했다. 정윤회 사건은 허위로 결론 냈다. 이듬해 특수1부장 시절에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맡아 MB 정부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하며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당시 자원외교 관련 MB 정권의 구조적 유착이나 비리 의혹은 밝히지 못하고 ‘꼬리 자르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6년 부산지검 특수부장 시절에는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을 맡아 현기환 박근혜 정부 전 정무수석 등을 기소했다. 2019년 11월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지시로 출범한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장을 맡았다. 그를 세월호 특수단장에 앉힌 사람도 윤 당시 총장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끈 세월호 특수단은 1년 2개월간 만에 활동을 마무리 하며 지난해 1월 유가족들이 고소·고발한 사건 대부분을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번번이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됐다.
2020년 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좌천성 인사 조치되며 한직을 떠돌다 뒤늦게나마 윤석열 정부 들어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영전한 것이다. 검사장 승진 시기를 넘겼음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26기 임 검사를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앉힌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수사 드라이브를 주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지난 15일 기각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으나 임 지검장의 진두지휘 하에 보완 수사를 통한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사 대상은 백 전 장관에서 문 정권 인사 전반으로 넓혀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동부지검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윗선 규명 수사 연장선상에서 대전지검에서 맡고 있는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규명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임 지검장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까지 지휘하게 된다. 조만간 단행될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 합수단장이 임명되면 합수단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말단 현금수거책부터 콜센터직원, 총책까지 추적하고 범죄단체 조직·가입, 피해금 해외반출, 대포통장·대포폰 유통, 조세포탈 범행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범죄가 늘어나는 가운데 사실상 오는 9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검찰 수사권 분리) 시행 대응 방안인 ‘보이스피싱 합수단’까지 설치되면서 임 지검장에게 상당한 힘이 실릴 전망이다.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이 2019년 11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세월호 특수단의 본격적인 업무에 앞서 출범 관련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