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5G 28㎓ 대역이 계륵으로 전락한 것은 정부와 이동통신3사 간 동상이몽의 결과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지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선언하면서 28㎓ 대역을 시범 운영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3사가 5G 조기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주파수 할당 방안을 마련하면서 3.5㎓, 28㎓ 대역 주파수를 동시에 할당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5G 주파수 할당공고를 통해 "28㎓ 대역의 경우 향후 시장 잠재력은 클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는 잠재력을 필두로 밀어붙였고, 사업자들은 불확실성에 선뜻 나서지 못하면서 5G 상용화 4년 차를 맞이하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무부서는 5G 28㎓ 활성화 전담반을 꾸리고, 실증과제를 선정하고, 서비스사례 발굴에 나서면서 B2B·B2C 영역을 두지 않고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장관은 교체될 때마다 정책과 관련 혼선을 빚었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끈 유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이었던 최기영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2020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28㎓ 전국망 포기와 B2B 용도로의 구축 방침을 밝혔다. 이후 임혜숙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28㎓ 대역의)서비스 모델이 확실하지 않고 기술과 장비 성숙도도 높지 않다. 공동 구축을 이행사항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한 대안 중 하나"라고 기술했지만,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와 같은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28㎓ 기지국 구축은 대국민 약속으로, (의무구축) 약속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이통사가 협력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에 따라 정책의 관점이 달랐던 것에 대해 학계 한 관계자는 "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지만, 확신이 없는 것일 수 있고, 정책입안자들 가운데 의견이 서로 다른 것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28㎓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며, B2C쪽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등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며 "극고주파인 6G로의 기술 진화를 위해서도 28㎓를 지원하는 장비와 서비스 등 생태계 확보는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뜨락에서 5G 이동통신 실시간 길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현재 기조가 28㎓ 대역을 계속 끌고 갈 것으로 보여지면서 내년 해당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사업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민관협력 28㎓ 워킹그룹을 과기정통부에 제시한 상황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이음5G와 같이 특정 공간과 한정된 지역에서만 이용하는 주파수로 활용하는 방향이나 할당 대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통사 의견처럼 5G 상용화 이후의 환경을 고려해 28㎓ 대역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까지 28㎓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고, 28㎓에 대한 비즈니스모델(BM)이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5G 고주파 대역에 적극적이었던 미국과 일본 사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미국은 28㎓ 대역을 먼저 상용화했지만, 최근 5G 주파수 우선순위를 6㎓ 이하로 권고했고, 일본 역시 NTT도코모 주도로 28㎓ 대역을 강조했지만, 지난 3월 총무성은 중대역 커버리지 확대를 발표했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28㎓는 전국망이 아닌 특정지역 공간망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면서 "재할당 당시 허가 대역이 아니라 비면허 대역으로 전환해 연구개발(R&D)망으로 활용하는 등 28㎓ 대역의 지속성을 위해 사업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