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가운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대학본부에서 광주 지역 대학 총장단 협의회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전당대회 룰을 놓고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비대위가 전준위 안을 뒤집고 예비경선(컷오프) 시 국민 여론조사 미반영, 권역별 투표제 카드를 꺼낸 데 대한 반발이 거세졌다. 이번 결정으로 계파 갈등 양상까지 빚어지는 등 또 다시 내홍에 휩싸인 분위기다.
민주당은 5일 하루종일 전날 비대위가 정한 전대 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비대위는 전대 예비경선을 현행대로 중앙위원회 투표 100%로 진행하고, 1인2표인 최고위원 선거에서 권역별 투표제를 도입해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자신이 속한 권역 후보에게 반드시 한 표를 행사도록 했다. 이미 본선에서 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늘렸고, 지도부 구성 자체가 수도권 중심으로 편중되는 부분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예비경선 과정에서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 기존 중앙위 100%에서 중앙위 70%에 국민 여론조사 30%를 더하는 방식으로 수정한 전준위 안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비대위는 대표적인 개혁안 중 하나로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했고,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며 "최고위원 선거에서 비대위가 도입한 권역별 투표제 역시 유례없는 제도로 전준위 논의가 형해화되는 상황에서 더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전준위원장으로서의 판단"이라고 반발, 위원장 직을 던졌다.
민주당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대 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호·정청래·박주민·김병욱·양이원영·김남국·김용민·장경태 의원.
한 전준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권역별 투표제는 애초 전준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사안으로, 여론조사 30%를 반영한 전준위 안을 비대위에서 무산시킨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며 "비대위에서 수도권 정당으로 가는 것을 우려했다는데 전준위 역시 회의를 통해 '비수도권 후보가 선출직 최고위원에 뽑히지 않을 경우 지명직 최고위원직에 우선 고려한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비대위 논의 단계에서 이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친이재명계도 비대위 안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반발했다. 정성호·김병욱·김남국 등 이재명 의원 최측근 모임인 '7인회'를 비롯해 친명계 의원 40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위원급 위원만으로 예비경선을 치르게 되면,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의지가 담긴 후보들만을 투표에 부치게 되는 문제를 지속하게 된다"며 "(권역별 투표제는)당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자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앙위 100%로 예비경선이 치러질 경우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이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중앙위 특성상 권리당원의 절대적 지지에도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재명 의원이 불리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들은 비대위에 전날 결정을 거두고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원 투표'를 요구했다. 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당원으로, 당의 주인인 당원에게 당의 대표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규백(오른쪽)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9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전준위 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대표 후보들의 반응은 계파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소장파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앙위원이 가진 1인 2표는 강제로 자신의 권역에 무조건 1표를 행사해야 하는 이상한 제도가 혁신의 이름으로 들어왔다. 참으로 기괴한 퇴행"이라며 "비대위의 이번 결정은 민주당을 계파 기득권의 골방에 묶어놓는 패착이다. 당무위원회는 비대위의 결정을 재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친명계 정청래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이렇게 되면 이재명 의원마저 컷오프 안 된다고 장담할 수 없고, 진보개혁적인 국회의원들은 컷오프될 것"이라는 걱정을 토했다.
반면 친문계는 비대위 결정을 옹호했다. 친문 당권주자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위원들만 컷오프를 결정하게 하면 친문계에 유리하다는 지적에 대해 "비대위가 친문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느냐. 또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친문인가"라며 "어떻게 하면 우리 당 경선에 보다 좋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국민들께 노선, 가치를 제시하면서 흥행할 수 있을까 고민들을 많이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출마가 거론되는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 역시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컷오프하는 부분에서까지 그걸(국민 여론조사를) 굳이 해야 되느냐, 이 부분은 비대위 판단이 저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비대위는 "전날 전준위와 충분히 토론했다"며 전준위의 '사전교감은 없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광주 전남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안규백 위원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전준위에서도 비대위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두 기관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는 것이지, 비대위가 전준위를 무시했다고 말할 내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기존 중앙위 100%를 유지한 것에 대해 "전준위 결정에 대해 깊이 있게 토론했고, 후보자가 10명이 넘는 다수인 경우 일반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겠느냐. 여론조사로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역별 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호남·충청·영남 출신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해 계속 수도권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