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경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방 주류 언론의 '친우크라이나-반러시아' 시각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전쟁 발발 이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전쟁의 배경과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전쟁의 정보 대부분을 미국으로부터 얻기 때문에 자칫 편견에 의한 잘못된 외교적 대응이 나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러시아와 유라시아 전문가인 김창진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 아닌, ‘사태’로 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30년간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프로파간다 전쟁’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일방적인 미국 측 정보를 유통 받고 있는, 사실상 ‘미국의 정보 식민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방적 정보 제공에 따른 왜곡된 인식은 잘못된 군사적 판단과 자폐적인 외교적 대응능력을 낳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이와 같은 대응이 바로 미국이 노리는 바이고,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가 이번 사태에서 인도주의적 지원과 국제정치적 대응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주의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이중성을 지적한다. 러시아계 주민들이 크림반도 및 돈바스 지역에서 먼저 탄압받고 학살됐으나 인도주의적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된 점이다.
지난 4일 김창진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경제대학원 교수가 <뉴스토마토 초청 명사 특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체성 전쟁’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다른 시점은 양 국가가 '정체성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1991년 소련 체제가 해체됐다. 사회적 혼란 속에서 90년대 초 서방측 지원을 받은 러시아는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가 환멸로 바뀌었다. 그 요인은 미국의 ‘냉전 승리주의’에 강렬한 반발심리, 초강대국 지위 상실에 대한 울분 축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김 교수는 “푸틴 이후 경제력을 회복하고, 군사력을 강화한 러시아는 ‘유라시아 제국’으로서 정체성 회복을 열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련 체제가 붕괴됐을 당시,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국가건설을 시도했지만 정치·경제 지배 엘리트의 부패, 무능으로 사실상 실패한 국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미국의 보호령으로 전락해 대외적으로 친미 정부다. 또 김 교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신나치주의자들이 정치권에서 발호했다. 역사상,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치 합법 국가라는 지적이다.
대리전 성격의 러시아vs미국 패권 전쟁
김 교수는 “이같은 30년의 위기가 축적돼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했다”며 “사실상 러시아와 미국의 대리전”이라고 꼬집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를 대리 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왜 중국이 아닌, 러시아 때리기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에 비해 자국에 돌아오는 역효과가 적다는 해석을 내놨다.
또한 냉전 시대 이후, 미국 내 친러 로비 세력이 거의 없어져 러시아 공공외교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프랑스와 독일 중심 유럽이 미국의 영향권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에 지속적으로 의존시키기 위한 ‘대서양 동맹’ 결집에는 아시아보다 유라시아지역 분쟁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해석이다.
조문경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