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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권력의 말 한마디에 금리인하 행렬
입력 : 2022-07-07 오전 8:00:00
시중은행장들은 매년 하반기가 시작하는 7월 첫 영업일에 월례조회를 갖고 하반기 영업전략을 설명해왔다. 작금의 대내외 경제 상황을 진단하면서, 임직원들에게 하반기 영업의 중점 사항을 강조하는 자리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자거나 내실을 키우자는 등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지만 경제 상황의 바로미터가 되는 금융권의 시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금융권의 분위기가 조용하다. 경쟁적으로 내놓을 법한 월례조회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은행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은행의 모회사인 금융지주 차원에서 하반기 전략회의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되는 업황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은행들의 속사정은 따로 있어 보인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매서워진 형국이다.
 
'이자장사는 안된다'는 대통령과 금융당국, 정치권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날 이복현 금감원장도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검찰 출신의 금감원장의 서슬퍼런 한마디에 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다. 은행들을 이토록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만든 건 은행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은행의 공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민간기업의 상품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은행 건전성이 악화되거나 시장이 왜곡되는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유주의 시장경제 복원'을 내걸고 과거 정권의 금융정책과 차별을 두겠다는 의지와도 상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자수익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버는 은행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민간회사의 공공성과 상업성은 공존하는데, 경제 상황의 큰 변곡점이 올 때마다 달라지는 무게추에 금융권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대통령과 금감원장의 한마디에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반응하는 금융권의 모습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을 뭉개고 있다가 권력의 말 한마디에 재빠르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고 위기'에 가계의 경제 체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다. 일방적으로 관치금융이라 비판하는 것도, 민간의 자율을 편드는 것도 어려운 위기의 상황이라는 점을 금융권은 깨닫길 바란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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