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국회의원으로 출근하는 첫 날부터 이 의원을 따라 다닌 것은 ‘당권 도전’ 여부였다. 하지만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에 계파 갈등까지 맞물리면서 이 의원은 침묵을 선택했다. 이 의원은 이 기간 당 안팎의 인사들과 두루 만나면서 당권 도전의 명분을 쌓는 데 집중했다. 강한 지원도 호소했다.
8일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의원은 출마선언만 남았을 뿐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도전이 유력하다. 과거 재야세력의 민평련에서 친명계로 몸을 옮긴 우원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의원의 전대 출마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며 “경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입장에서 이 의원과 전당대회에서 경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청래 의원도 지난 6일 “이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하면 저는 최고위원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은 아직까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출마를 하게 된다면 최대한 늦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질을 줬다. 민주당은 오는 17~18일 이틀간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 접수를 받는다. 이를 감안하면, 이 의원은 후보 등록일인 오는 17일에 임박해서야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출마선언을 늦추면서 향후 벌어질 논란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한 달 동안 민주당 관심은 ‘이재명 출마’에 쏠렸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 참패 속에서도 당내에서 이 의원을 꺾을 마땅한 당권주자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회 등원 첫 날부터 출마 여부에 온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입을 다문 채 당 안팎의 인사들과 두루 만나는 데 집중했다. 이 의원은 선수와 계파를 따지지 않고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고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에게는 강력한 지원도 당부했다. 이 과정에서 대선후보보다는 0.5선으로 몸을 낮추며 의원들과의 소통에 집중했다.
반대 기류도 만만치 않았다. 친문 진영은 당권 도전 포기를 선언하며 동반 불출마를 압박했다. 한 의원은 "이재명으로는 다음 총선도 필패라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이 의원의)사법 리스크를 당이 모두 짊어질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이재명 대항마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도 이 같은 우려와 함께 이 의원의 불출마가 공개적으로 요구됐다. 심지어 당의 원로들도 이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했다. 이 의원은 고심하고 있다는 뜻만 내비칠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대 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호, 정청래, 박주민, 김병욱, 양이원영, 김남국, 김용민, 장경태 의원. (사진=뉴시스)
이 의원이 침묵·경청 행보를 이어가는 동안 친명계는 전당대회 룰 세팅에 실력 행사를 했다. 현행(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전당대회 룰을 두고 친문계가 '유지' 입장을 주장하자 친명계는 즉각 표의 등가성을 문제 삼으며 대의원 비율 축소로 치고 나섰다. 동시에 친명계는 이 의원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이는 권리당원 비율을 유지하는 한편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예비경선(컷오프)에서도 국민여론조사 비중 확대를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이 전권을 쥐고 당을 혁신할 수 있도록 단일성 지도체제를 고수했다. 당 지도부는 우여곡절 끝에 친명계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예선부터 본선까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굳어졌다.
이 의원의 관망이 이어지자 반명계에서는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낙연계인 설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미래와 새로운 비전으로 채워져야 할 전당대회 이슈가 지금 한 사람의 입만 바라보며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이 의원이 계산하는 출마 선언 타이밍까지 우리 당은 얼마나 더 분열하고 아파야 하냐”고 따졌다. 그는 특히 “더 이상 호위병들 뒤에 숨어 눈치 보는 ‘간 보기 정치’는 그만하라”며 “많은 사람의 만류와 염려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결심했다면 하루빨리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과 당원을 설득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 의원은 1호 법안으로 민영화 방지법을 발의했다. 첫 상임위로는 이 의원이 법조인 이력을 살려 법제사법위원회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법사위가 당권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단락됐다. 이 의원은 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를 지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