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테슬라가 모델S와 모델X에 기본으로 '키팝(테슬라 스마트키)'을 제공하는 것을 중단했다. 애초 모델3와 모델Y에 지급하지 않은 것을 전 차종으로 확대한 것이다.
13일 인사이드이브이 등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달부터 출고되는 모델S와 모델X에 키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세계 공통으로 적용되는 정책이다.
그동안 테슬라는 모델S와 모델X 키팝 2개를 기본으로 제공해왔다. 이젠 테슬라 전 모델에 카드키 2개와 스마트폰 앱 키만 제공된다. 키팝을 사용하려면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테슬라 운전자들은 대부분 스마트폰키를 사용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통신장애나 기능 실행까지 딜레이가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테슬라 스마트폰 앱이 서버 문제로 먹통이 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테슬라 차 문이 열리지 않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프렁크(전기차의 앞쪽 트렁크 공간)를 열려면 앱을 실행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오토프렁크'는 키팝으로 작동이 가능하다.
테슬라 '키팝'.(사진=테슬라)
특히 테슬라는 'FSD(Full Self-driving, 완전자율주행)'가 적용된 경우 주차된 차량을 내 앞으로 오게 하거나(스마트 서먼), 주차 및 주차된 차량을 뺄 때 원격으로 전진과 후진(서먼)이 가능하다. 이 때 키팝을 사용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키팝은 국내에선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테슬라 미국 홈페이지에서 키팝(175달러)을 구매하고 있다.
테슬라가 키팝 제공을 중단한 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제조된 모델3와 모델Y에서 조향 장치와 관련한 2개의 부품을 제거하기도 했다. 해당 부품 없이도 오토 파일럿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란 이유에서다.
쌍용차(003620)도 모든 차종의 스마트키를 하나로 줄였다. 스마트키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구하기 어려워 차량 출고가 지연되자 꺼내든 고육지책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스마트키 뿐만 아니라 일부 기능을 뺀 채 고객에게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4월 출시한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타호'에서 전후방 주차 보조와 후방 자동 제동 등의 옵션을 빼고 출고하고 있다. 대형 SUV '2022년형 트래버스'에서는 2열 열선 시트도 뺐다.
BMW는 지난해 말부터 6시리즈 GT모델에서 '어라운드 뷰' 기능을 빼고 출고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인기 모델인 GLE 쿠페에 전동 메모리 시트 옵션을 빼고 판매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마이너스 옵션 자체가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차량 출고가 안 되면 더 큰 문제가 되는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제작사의 핵심적인 역량을 빼는 판매 방식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