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에 항의 방문하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박 상임대표는 이날 혜화경찰서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 경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히며 양일홍 혜화서 경무과장에게 입장문을 전달했다. 2022.7.14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경찰 조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서 내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시설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4일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서울 혜화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이 불법을 저지르고 장애인 차별행위자가 되는 것"이라며 "엘리베이터 미설치는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표는 "혜화서는 예산 문제로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한다"며 "지금부터 조사를 거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경찰서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하는지 확인한 후 조사를 받겠다"며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을 때 조사받으러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박 대표는 관련 서한을 혜화서 경무과장에게 전달했다.
앞서 전장연은 "서울지역의 6개 경찰서(혜화, 종로, 용산, 남대문, 영등포, 수서)와 지방경찰서의 경찰 출석 요구에 대하여 ‘지구 끝까지 도망갈 생각’은 추호도 없음을 밝힌다”며 "각 경찰서와 출석 날짜를 협의해 차례대로 성실하게 조사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전장연 출퇴근길 시위를 비판하며 "불법행위는 앞으로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고 한 발언을 비꼰 것이다.
또한 기자회견을 접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소한의 시설과 요건도 마련해놓지 않고 조사받으러 오라고 하는 경찰이 정말 21세기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문애린 활동가 역시 "서울 지역 경찰서 대부분이 장애인 화장실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에게 양해를 구하고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건물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출퇴근길 시위로 지난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6차례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며 전장연을 전차교통방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