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부가 대학의 정원 규제를 풀어 반도체 인재를 10년간 15만명 양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정원 규제까지 완화하면서 지방대 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대학이 반도체 학과를 신·증설할 때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 증원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대학이 정원을 늘리려면 교지, 교원, 교사, 수익용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런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대상은 지역 구분 없이 인재 양성 역량이 있는 모든 대학으로 정했다. 2027년까지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모두 5702명 확대하며 구체적으로 석·박사 1102명, 대학 2000명, 전문대 1000명, 직업계고 1600명이 늘어난다.
정부는 당초 또 다른 정원 규제인 수도권정비계획법 완화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선 수도권 대학을 '인구집중유발시설'로 규정하는데, 이에 따라 정원 신설이나 증설을 쉽게 할 수 없다. 다만 이 규제까지 풀면 지방대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윤 정부의 '지방대 시대'라는 국정과제와도 어긋나 결국 손을 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교육부가 이처럼 나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도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도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거듭 강조하지만 반도체는 국가안보자산이고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며 "관련 분야의 대학 정원을 확대하고 현장 전문가들이 교육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발표를 두고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을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교육부가 이날 지역에 관계 없이 역량이 있는 대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수도권 중심으로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방대의 경우 정부가 요구하는 교원 확보율을 충족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전문가들 또한 지방보단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우종 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청운대 총장)은 "그동안 지방대는 교수들과 싸워가면서 학과 통폐합·구조조정을 해왔는데 수도권 대학들은 그로부터 자유로웠다"며 "수도권 정원이 순증하면 지방 학생들이 결국 다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지역의 대학들도 강점을 바탕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조속히 지방대학발전특별협의회를 구성해 교육부가 대학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