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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기다릴만큼 기다린" 대우조선해양
입력 : 2022-07-21 오전 6:00:00
윤석열 대통령의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한마디에 대우조선해양 하도급(하청) 업체 파업의 긴장감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격 타결의 실마리는 살아있지만, 경찰력이 집결하는 등 일촉즉발이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지만 “기다릴만큼 기다렸다”, 즉 “참을만큼 참았다”라는 말로 단순화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선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하도급(하청) 노동자 비율이 높다.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 원청 노동자는 3만9921명이다. 하청 노동자는 5만 850명으로 단순 비교만 해도 20% 이상 많다. 
 
원청 노동자 상당수가 기술영업과 일반 사무직 종사 노동자에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현장 기능직 노동자 기준으로는 하청 노동자가 원청의 200% 이상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조선산업의 구조도 하청 비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계약ㆍ설계ㆍ감독을 제외한 선박건조의 대부분을 저임금의 하청이 맡는다.
 
산업계에서는 조선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동화가 아무리 많이 이뤄진다 해도 조선산업은 용접 등 개별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선박품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청과 원청노동자는 협업해 기술 전수와 소통이 필수적으로 이뤄진다.
 
손재주가 좋은 숙련공들의 솜씨와 기술 전수를 통한 협력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마련했다. 이런 기술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선배가 후배를 보살피듯 가르치는 도제식 기술 전수가 뒷받침돼야 한다.
 
조선업은 경기흐름에 민감하다. 조선업은 201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기나긴 업종 불황으로 6~7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2015년말 13만3346명에 달했던 조선업 하청인력은 2022년에는 5만명 대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조선업황은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탔다. 대우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주가 늘면서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6척, 59억3000만달러(약 7조8000억원)를 수주했다. 연간 수주목표의 66.4%를 달성했다.
 
그렇다고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반전되지는 않는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구조조정 당시이던 2015년 4000%에 육박하던 부채비율을 크게 줄였다고는 하지만 올해 3월말 기준으로 523%에 달한다.
 
영업손실도 여전하다. 지난해 1조7000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도 1분기에만 4700억원의 적자다. 
 
지난해 9월 정부가 8000명의 숙련공을 양성하고 증원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구조조정 이후 임금도 박한데다 일도 고되니 떠난 ‘베테랑’들도 돌아오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임금 원상회복(30% 인상)과 상여금 300% 인상 등 요구는 대화를 통해 순리대로 해결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극단으로 치달았다 상처만 남긴 쌍용차 파업사태와 용산 참사를 되돌려 보면 서로 한발짝 물러나 해결되는 게 맞다.
 
그러나 당장의 파업이 대화로 해결된다 해도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파도가 닥칠 수 있다. 당장 파업이 멈춰진다 해도 이번 기회에 ‘기다릴만큼 기다린’ 조선산업의 모순과 전반을 정부와 업계가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산업1부 오승주 부장
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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