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정부가 여행객 면세한도를 기존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조정하자 면세업계가 환영의 기색을 내비쳤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업황 회복이 더디고 고환율 악재까지 더해진 가운데 200달러 상향에 그쳐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는 여행자 면세한도를 기존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14년 3095만원에서 지난해 4025만원으로 30% 늘었고,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을 비롯 관광산업 회복이 더딘 점을 고려해 면세한도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면세한도는 지난 2014년 이후 8년간 600달러로 유지돼왔다. 정부는 지난 3월 5000달러였던 면세점 구매한도를 폐지했으나 면세한도 600달러는 그대로 유지돼 실질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면세점 특허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또 앞으로는 대기업 면세점 특허 갱신 횟수도 2회(5년)로 확대돼 최대 20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술 구매량도 2병(2L, 400달러 이하)으로 확대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텅빈 인천국제공항 풍경.(사진=뉴시스)
이날 정부 발표가 나오자 그동안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면세업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세계에서 유일했던 구매한도가 폐지된 데 이어 면세한도 상향 조정으로 면세품 소비진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특허 기간이 기존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나는 만큼 면세점 운영이 안정적일 수 있다"며 "특허를 갱신한지 얼마 안돼서 당장 효과볼 면세점은 일부겠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면세업계에서는 단기간에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4535억원으로 전월보다 5.1% 증가했지만 코로나 이전 2019년 5월 매출 2조860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대를 돌파하면서 면세점 제품 가격 경쟁력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면세한도 상향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한도가 8년만에 오르는 것인데, 200달러 상향은 아쉽다"며 "특허기간 연장도 당장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는 면세업계에겐 피부에 확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있는 지원을 위해서는 면세 특허 수수료를 실제 면세점이 거둔 수익인 영업이익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매출을 근거로 수수료를 산정하고 있어 적자에도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납부하고 있다"며 "면세점이 법인세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수수료까지 내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