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011780)화학 부사장이 사내이사가 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금호석화는 21일 본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공시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1일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박준경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됐다고 공시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표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출석 주식 1540만6049표 중 안건 찬성이 1212만5890표로 찬성률 78.7%를 기록했다. 반대는 328만158표로 집계돼 21.3%에 불과했다.
게다가 회사는 반대 의견의 대표격인 박철완 전 상무와 특수관계인의 표를 뺄 경우 반대가 1%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호석화에 따르면 박 전 상무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찬성률은 98.5%다.
또 이번 주총을 앞두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서스틴베스트, 경제개혁연대는 박 전 상무의 손을 들어줬으나,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회사측 안에 찬성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도 찬성에 가세했다.
이번에 압도적인 격차가 난 데에는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 대한 피로감이 표출된 결과라고 회사는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내부 다툼이 외부에 보이는 양상이 작용했다고 평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부인 시각에서는 친척 간 내부 다툼이 반갑지 않다"며 "협조적 관계가 되고, 더 발전적인 모습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조카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20년 박 부사장이 당시 전무로 승진하는 데 반해 박 전 상무는 진급이 누락되면서 일어났다는 평이다. 이후 조카 박 전 상무는 네 번 붙어 모두 패했고, 삼촌 박 회장은 연승을 이어갔다. 세부적으로는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안, 같은 해 회사의 사내이사 선임,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의 주주제안, 이날 이사 선임안이 있다.
결국 박 부사장이 경영진에 오르면서 3세 경영이 안착하고,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사내이사로 시작해 성과를 보여준 후 CEO로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제 궤도에 오른 '박준경 체제'는 현재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안겨준 NB라텍스 특수가 빠지면서 올해 이익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에 강점을 가진 분야뿐 아니라 신사업까지 힘을 내줘야 하는 국면이다. 회사는 이번 체제에서 새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고 입장을 냈고, 박 부사장 역시 '보다 나은 실적'을 내걸었다.
김 교수는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혁신하는 것"이라며 "신규 제품을 만들어내고 경쟁 기업을 압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호석화는) 새롭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