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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가전렌털 급성장하는데…방문점검원 지위는 바닥?
일방적 계약해지·불합리한 수당되물림·감정노동 등 시달려
입력 : 2022-07-26 오후 2:43:53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가전렌털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현장에서 케어하는 방문점검원이 열악한 근로환경 속 각종 감정노동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회사와 맺은 임의계약서가 아닌 표준계약서를 통해 방문점검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26일 서울 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를 열고 "업계에 자리잡은 불합리한 방문점검원 위임계약서를 대체할 표준계약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2011년 19조5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40조1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통계청의 미래 가구 수 추이에 따르면 2045년까지 1·2인 인구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향후 렌털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7월 현재 설치 기사를 포함한 방문점검원은 5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고용노동부가 산재보험 적용 확대방안을 제시하면서 밝힌 가전통신서비스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은 약 3만명이며, 가전제품 단독 작업 설치 기사는 약 1만6000명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코로나19 이후 방문점검원의 노동환경은 악화일로다. 렌털 업계에 자가점검 제품 판매가 늘고 점검 주기 빈도가 낮아지면서 점검원들의 수익은 낮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온라인과 홈쇼핑 등으로 판매통로가 다각화되고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고객 유치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방문점검원의 수익감소는 곧 고용불안으로 연결된다.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직이다. 방문점검원은 근로계약서 대신 회사가 임의로 규정한 위임계약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가전노조에 따르면, 가전렌털 업계에 통용되는 위임계약서에는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업무상 비용을 전가하는 등 방문점검원의 일방적 손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내용이 많다. 방문점검원들은 이같은 문제로 △일방적 계약해지로 인한 고용불안△불합리한 수당되물림 제도의 폐해 △업무상 사용비용 미보전 △방치된 감정노동 등을 겪고 있다.
 
이두일 SK매직MC지부 조합원은 "방문점검원의 비정상적인 근무환경은 근로자들이 장기간 근무하기 어려워 단기 근로자들의 이탈이 쉽고 매번 많은 인원의 신규 근로자를 모집한다"며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형성이 영업의 기반인 렌털업계의 특성에 비춰 장기적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수당되물림' 관행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수당되물림이란 고객이 렌털계약 체결 후 회사가 정한 기간 내에 렌탈제품을 반환할 때, 방문점검원이 받은 영업수수료를 회사가 도로 받아가는 제도다. 고객이 렌털료를 체납해도 마찬가지다.
 
류혜선 SK매직MC지부 조합원은 “고객이 제품을 반환하는데 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도로 빼앗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여기에 회사는 고객으로부터 위약금과 철거비까지 뜯어간다. 다단계와 다를 바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김진희  LG케어솔루션지회 수석지회장은 "성희롱에도 노출돼 있어서 남자 혼자 있는 고객 집에 방문을 꺼리고, 노동조합에서는 고객 중에 성범죄자가 있을 경우 매니저에게 미리 고지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고객정보 유출이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가전노조는 방문점검원들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으로 표준계약서를 꼽고 있다. 가전노조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이 회사가 임의로 규정한 위임계약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표준계약서를 통해 △일방통보 계약해지 금지 △위임계약 연단위 자동갱신 △인사·징계위원회 노조참여 △관리계정 갑질 봉쇄 △정기 건강검진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전노조는 방문점검원의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가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TV홈쇼핑 종사자, 온라인쇼핑몰 종사자, 애니메이션 제작자, 대중문화예술인(연기자·가수) 등의 업종에도 표준계약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서비스연맹 법률원 박현익 변호사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방문점검원들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물류서비스법의 보호를 받는 택배기사들처럼 법률로 보장하는 것"이라며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26일 서울 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를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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