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기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정기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첫 지역순회 경선 5곳(강원·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에서 74.15%의 누적 득표율을 획득하며 1위로 올라섰다. 이대로라면 역대 당대표 선거 사상 최다 득표율을 노릴 수 있는 페이스로, 한 주 만에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을 굳혔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지난 주말 열린 첫 지역순회 경선 권리당원 개표 결과 누적 득표율 74.15%(3만3344표)로, 박용진 후보(20.88%·9388표)와 강훈식 후보(4.98%·2239표)를 가볍게 제쳤다. 박용진, 강훈식 두 사람의 표를 합쳐도 이 후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정도로, 단일화 무용론마저 제기됐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인 2~3위 후보의 세대교체론을 보기 좋게 비웃으며 '이재명의 민주당'을 예고했다.
최고위원 선거도 친명(친이재명)계 잔치로 전개되며 이 후보를 뒷받침했다. 강성 친명 정청래 후보가 8명의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권리당원 득표율 28.40%(2만5542표)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친명계는 2위 자리만 친문계(친문재인)인 고민정 후보(22.24%·1만9999표)에게 내줬을 뿐, 박찬대(12.93%·1만1627표), 장경태(10.92%·9826표), 서영교(8.97%·8069표) 후보가 최고위원 당선권을 휩쓸었다. 아직 전대 초반인 만큼 변수가 많지만, 친명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기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대 이상의 성과에 이 후보도 놀랐다. 7일 인천 경선 후 기자들과 만나 "생각보다 많은 분이 지지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아직 개표 초반이고, 특히 권리당원 외에 대의원 투표,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결과를 낙관하지는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후보는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은 '이재명 때문에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졌다'고 말하는데 당원과 지지자들은 '이재명이니까 그만큼이라도 표를 얻었다'라고 말할 때 가장 큰 박수가 나온다"며 "의원들의 마음인 '의심'과 당원 마음인 '당심'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여론조사 5%, 국민 여론조사 25%를 더해 당대표 1인, 최고위원 5명을 뽑는다. 당심 75% 대 민심 25%가 반영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권리당원 표심은 국민 여론조사·일반 당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비명(비이재명)계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대의원 투표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와 같이 이 후보의 대세론에 계속해서 힘이 실린다면 변수로 작용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 후보의 역대 당대표 최다 득표율 기록 경신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최다 득표율 보유자는 지난 2020년 8·2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김부겸 후보(21.37%) 등을 제치고 60.77%를 기록한 이낙연 전 대표다. 현재까지 강원(74.09%), 대구(73.38%), 경북(77.69%), 제주(70.48%), 인천(75.40%)에서 모두 70%대의 고른 지지를 받은 이 후보가 앞으로도 페이스를 유지하면 기록 경신이 가능해진다.
민주당 당시 당대표 후보 3인인 이낙연(왼쪽부터), 박주민, 김부겸 후보가 지난 2020년 7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가 최다 득표율로 당대표에 오르면 추후 당 장악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압도적 득표율을 통해 전통성을 확보한 만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을 꾸려나갈 수 있다. 여기에 친명 최고위원까지 지도부 내에서 지원사격에 나서면 앞길은 더 탄탄대로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5년 2·5 전당대회에서 45.3%의 득표율로 박지원 당시 후보(41.78%)에게 진땀승을 거두며 당대표에 올랐지만, 대세론에는 금이 갔다. 아슬아슬한 격차는 친노·비노 간 갈등을 낳는 도화선이 됐고, 끝내 당이 쪼개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까지 친명계 비중이 높은데 가히 친문의 시대가 가고 친명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높은 득표율로 당대표에 오를수록 그만큼 당 장악은 더 수월해진다"고 분석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아직 경선이 많이 남아 표본은 적지만, 득표율 60%를 넘었던 이낙연 전 대표 사례를 뛰어넘는다면 이 후보의 당 장악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같은 평가를 내렸다.
다만 사법리스크와 공천학살 우려 등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 후보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민주당 당헌 제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에 대한 개정 요청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방탄' 의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마저 6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팬덤 지지자가 당헌 개정 청원을 하는데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막아섰다. 여기에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폭로한 이 후보의 인천 계양을 셀프공천 논란은 이 후보가 당대표로 당선될 경우 공천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세를 낳았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