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용진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11일 같은 97그룹 주자인 강훈식 후보에게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결단해야 될 때"라며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방식이든, 어떤 방식이든 강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낼 뜻이 있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와 강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새로운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 강 후보와 함께 당의 흐름을 바꿔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저는 강 후보가 말하는 비전경쟁, 가치경쟁에 동의한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정치가 강 후보의 쓸모 있는 정치와 맞닿아 있다고 자부한다"고 공통분모를 강조했다.
그는 "상식이 살아있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우리 두 사람이 비전·가치를 중심으로 함께 움직여야 할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누구를 위해 반대하는 단일화여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제 전대 결과와 무관하게 민주당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기 위한 힘을 모아나가야 할 동지라는 것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는 낮은 전대 투표율, 일방적인 결과를 보면서 뭔가 반전의 계기와 기폭제가 필요하다. 민주당 변화의 에너지가 모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박용진 혼자 하지 못한다. 강 후보 혼자서도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을 뒤흔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 강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할 의사는 전혀 없다"면서도 "내일부터 1차 국민여론조사가 시작되고 이번주가 지나면 이제 일정상으로 반환점을 돌게 된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대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단일화라는 생각에 간곡하게 말씀드린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박 후보는 단일화 데드라인에 대해 "데드라인을 정하면 불필요한 압박으로 비칠까 봐 그런 말씀을 드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일정상으로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 눈앞에 있어 저의 간곡함을 표현하려고 오늘 자리를 청했다"고 설명했다. 이게 마지막 제안이냐는 물음에 "혹시 모르고, 또 할 수도 있다"며 "자꾸 문을 닫으려고만 하지 말고 오늘 박용진이 참 간절하다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지난 9일 부산MBC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부산·울산·경남 방송 토론회에서 "경쟁 구도로 가야 하는데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으로 가는 것 아니냐며 투표를 안 하는 분들이 있다"며 "저와 강 후보의 단일화 문제도 있는데 진전이 있었으면 한다"고 계속해서 단일화를 구애했다. 하지만 강 후보는 "단일화냐 아니냐는 것은 이기는 질문이 아니다"며 "달라진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 입장차를 보였다. 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단일화가 물 건너갔다"는 평가도 흘러나왔다.
박 후보는 지난 주말 열린 첫 지역순회 경선 권리당원 개표 결과 20.88%(9388표)의 득표율로 이재명 후보(74.15%·3만3344표)에게 크게 뒤진 2위에 머물렀고, 강 후보도 4.98%(2239표)에 그쳤다. 이 후보는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증명, '어대명'을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으로 발전시켰다.
한편 강 후보 측은 박 후보의 기자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박용진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한 입장은 10시40분 김태현의 뉴스쇼 또는 11시 세종시 기자간담회에서 밝힐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어 "별도 단문의 입장문을 낼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