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해선 성취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저성취 학생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성취 기준을 맞추도록 압박하기보다는 학생의 피드백을 듣고 개선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1일 오후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2022년 제1차 고교학점제 정책 포럼'을 열고 고교학점제 안착 방안을 논의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하는 제도다. 학생이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과목출석률(수업횟수의 3분의 2 이상)과 학업성취율(40% 이상)을 충족해야 하며, 3년간 누적 학점이 192학점 이상이면 졸업하게 된다. 내년 고등학교 신입생들부터 고교학점제를 적용하며 현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5학년도에는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평가의 핵심은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다. 이는 상대적 서열에 따라 '누가 더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학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에 방점을 둔다. 다만 성취에 도달하지 못한 미이수 학생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없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학점이수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를 주제발표한 홍원표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학점제가 도입되더라도 염격한 미이수제를 단기간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미이수 학생을 선별하고 징벌적 조치를 취하는데 무게중심을 두기보다는 저성취 학생들을 품을 수 있는 수업 방법과 평가 방법을 고민해 포용적 학습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로 삼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업 미이수 시 그 책임을 학교나 학생들에게만 돌리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 차원에서 학교나 교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미이수 학생들을 위한 보충 과정 등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이수를 줄이기 위해 학생의 학습 수준을 꾸준히 알려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경희 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취 수준 정보만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알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줘야 한다"며 "동일한 A를 받아도 학생별로 성취한 구체적인 특성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소 성취수준이나 경계선 학생을 위해서 학습목표에 단계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수행 과제를 작은 단위로 나눠서 제공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피드백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개선점을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 도입 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정책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미 평가원 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이수와 미이수에 대한 이해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교사들에게는 성취평가제에 따른 평가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고교학점제가) 성과의 문제가 아닌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