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쌍용차(003620) '토레스'가 누적 계약 대수만 4만대에 이르며 흥행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는 노동조합 갈등과 판매 부진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양사 모두 출시 예정인 신차로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오는 16일~1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사진=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6월23일부터 사측과 12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하면서 추가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월 기본급 14만23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약 1694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또 오는 11월 이후 가동을 멈추는 부평2공장과 관련해 전기차 생산 유치를 위한 협상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11일 12차 교섭에서 "현재는 수입 병행 판매가 목표"라며 "전기차 유치 노력은 회사 재무 목표 달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10종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10종 모두 해외에서 들여온다. 업계에서는 기존 한국지엠의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저조한 가운데 본사인 GM으로부터 전기차 등 신차를 배정받지 못한 것이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내수 판매량이 5만4292대로 전년 대비 34.6% 감소했다.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해 1월~7월도 2만16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0% 줄었다. 부평2공장도 군산공장처럼 아예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8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적자가 5조원대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3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내년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 내놓는 신차 성공에 회사의 명운이 달렸을 정도"라며 "CUV가 누적 수출 30만대를 돌파하며 한국지엠 핵심 모델로 자리 잡은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XM3'.(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의 경우 노조가 이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달 13일~14일 쟁의 행위를 놓고 찬반 투표를 진행해 71.9% 찬성으로 가결했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기본급 9만7472원 인상 △계약직 전원 정규직 전환 △임금 피크제 폐지 △일시금 총액 500만원 지급 △정기상여금 500%에서 600%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사명을 바꾸고 스테판 드블레즈 대표를 새로 맞은 르노코리아의 최대 과제는 부산공장의 정상화다.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생산 계약이 2019년 만료되면서 2020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파업을 겪었다.
르노코리아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겨냥한다. 우선 오는 10월 XM3 하이브리드를 국내 출시한다. XM3 하이브리드는 2020년 7월부터 부산공장에서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유럽 판매량 6만대 중 60%를 차지하며 시장성이 검증됐다.
이후 2024년부터는 지리차 산하 볼보의 CMA 플랫폼을 활용한 신차를 디자인해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전기차 생산은 2026년을 목표로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KG에 인수되고, 토레스까지 성공하면서 내년에는 이른바 '르쌍쉐'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는 전기차 전환도 늦어 내수 판매량에서 경쟁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