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김재왕 변호사가 로스쿨 졸업 후 6명의 변호사와 의기투합해 2012년 설립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희망법)’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희망법은 차별적 법제도와 관행을 바꿔나가고자 하는 비영리 전업 공익인권변호사단체다. 설립 당시 로스쿨 1기 졸업생인 김 변호사(변시 1회)와 동기 한가람(변시 1회) 변호사를 비롯해 사법연수원생이었던 김동현(41기)·류민희(41기)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 상근 변호사였던 서선영(사법연수원 37기)·조혜인(40기) 변호사가 창립 멤버다.
이들은 풀뿌리 후원을 기반으로 장애인, 노동자, 성적 소수자 등 법의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현재 류민희 변호사가 희망법 대표를 맡고 있으며 구성원은 10명으로 늘어났다. ‘희망법’ 설립 후 처음으로 맡은 사건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무효 확인 소송’이다. 피고인 서울시의회를 대리해 교육부 장관의 제소가 부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용산참사 유가족 등에 대한 공항공사 출입금지 가처분 사건 △성기 성형 없는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허가 사건 △성희롱 이후 불이익조치 사건 손해배상청구 △뇌병변장애인 특수교사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소송 △염전노예 국가배상소송 △에버랜드 시각장애인 탑승거부 차별구제소송 △시각·청각 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 차별구제소송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정보공개청구소송 △청각장애인 여주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승소를 이끌어냈다.
주로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 △장애 인권 △집회의 자유 등 사건에 주력하며 다양한 공익소송을 수행한다.
공익 변론 외에 개인적 수익을 위한 변론은 맡지 않아 대기업 후원이나 수임료 등도 받지 않는다. 영리사건을 맡지 않다보니, 기업 측을 주로 대리해 프로보노(무료변론) 활동을 하는데 있어 이해관계 충돌 문제를 고려하는 로펌에 비해 공익사건 활동반경이 훨씬 넓고 자유롭다. 다만 시민의 자발적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만큼 희망법의 재정 상황은 언제나 빠듯하다.
그렇게 ‘돈 되는’ 사건을 마다하고 공익사건만을 맡아온 ‘희망법’에게 지난 10년은 참으로 지난한 세월이었다.
김 변호사는 “처음 시작할 때 (희망법이) 10년이나 갈 수 있을까 의구심도 있었는데 이렇게 유지하며 활동할 수 있는 것에 기쁘고 뿌듯하다”면서 “한편으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 10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다”며 “이런 시설은 기본적으로 집단생활을 전제로 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지 않고, 대여섯명이 같은 방을 쓰다 보니 사생활 또한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설에 갇혀있는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김 변호사는 “요즘 이동권 관련 (전장연) 지하철 시위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동권 포함한 접근권(△이동 포함 시설에 대한 접근권 △정보에 대한 접근권 △키오스크 등과 같은 설비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하철을 못 타면 이동을 못하니까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직업도 가질 수 없다”며 “접근권이 보장이 안 되면 이것을 매개로 한 다른 권리를 실현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희망법’ 창립 멤버 조혜인·한가람·류민희(현 대표)·김재왕·서선영(올해 퇴직)·김동현 변호사. 출처=‘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창립 10주년 활동보고서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