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백신 프로그램인 ‘알약’이 랜섬웨어 탐지 오류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컴퓨터 먹통 사태를 일으켰다. 제품 개발사인 이스트시큐리티는 긴급 공지를 올리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제품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장 이스트시큐리티의 상장을 추진하던 모회사
이스트소프트(047560)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사고 여파는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양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스트소프트의 시가총액은 ‘알약 공개용 랜섬웨어 탐지 오류’ 사태로 단숨에 66억원(31일 저점 기준) 가량이 증발했다. 지난 30일 9410원(시가총액 1070억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먹통 사건이 터지면서 바로 다음날 주가는 장 초반8830원(1004억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2%대로 하락 마감했다.
단순 시가총액의 규모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이스트소프트는 물적분할로 떼어낸 자회사 이스트시큐리티의 상장 준비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이스트소프트는 그룹의 자회사인
줌인터넷(239340)에 이어 이스트시큐리티를 세 번째 상장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목표는 2024년도로 계획하고 이를 위해 KB증권과 지난 5월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한 상태다.
이스트시큐리티 공지사항. (사진=이스트시큐리티 홈페이지)
하지만 이번 이스트시큐리티의 ‘알약 공개용 랜섬웨어 탐지 오류’로 인한 제품 신뢰도 추락에 따라 기업가치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알약 공개용 제품의 사용자는 올 상반기 1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 만큼 개인 소비자의 심리에 심각한 허점을 남기게 됐기 때문이다.
알약 피해고객의 서비스센터 찾는 모습. (사진=제보)
개인용 알약을 사용하던 소비자는 “기업용은 문제 없고 무료로 사용하는 개인용 백신 프로그렘에만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무슨 의도”냐며 “컴퓨터가 먹통되면서 발생한 문제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알약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은 컴퓨터 오류로 인해 서비스 센터를 급히 찾으면서 일부 수리점에서는 ‘알약’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익명의 수리센터 기사는 "알약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오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알약을 지우고 점검 해주는일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스트시큐리티 측은 “9월 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당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 및 안내하도록 하겠다”면서 “이번 사안을 계기로 모든 업무 환경과 프로세스를 다시 한번 면밀히 재정비해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보안솔루션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알약’ 삭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를 입지 않은 고객들도 ‘알약’이 아닌 ‘독약’이라며 서둘러 해당 제품을 지우고 있다.
한편 이스트시큐리티의 사고로 인해 이스트소프트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는 물적분할로 모자 기업이 동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놓고 주주들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는다며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기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 상장을 추진할 때 공시와 상장심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회사에서 물적분할된 기업이 상장하면서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본 사례가 다수로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자회사의 상장시 주주보호가 미흡하면 상장이 제한되는 등 여러 규제들이 나오고 있어 추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