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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구청장)박강수 “정치생명 앞당겨도 소각장 반드시 막겠다”
서울시 신규 자원회수시설 상암동 결정 백지화 촉구
입력 : 2022-09-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난지도에다가 발전소·소각장까지 수십년간 마포 주민들은 희생만 당했습니다. 마포에 또 소각장이라니 우리 마포를 물봉으로 본 거죠.”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마포구청 집무실에서 가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도중 방언까지 사용할 정도로 격양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박 구청장은 곧바로 ‘물봉’이 방언이라며 “물렁하다, 봉으로 봤다로 주민을 무시했다는 의미”라고 정정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의 난데없는 신규 자원회수시설 입지 선정 발표 이후 마포구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어졌다. 서울시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 평가를 거쳐 현재 소각시설을 가동 중인 마포구 상암동 인근 부지를 최적 입지 후보지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시유지인 신규 부지 지하에 자원회수시설을 짓고 상부에 랜드마크를 2026년까지 일일 소각량 1000톤 규모로 조성해 2027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현 소각시설이 2035년까지 철거하더라도 두 시설은 적어도 9년간 함께 가동되는 셈이다.
 
박 구청장은 당일 발표 오후에 곧바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며 상암동 신규 자원회수시설 신설에 대한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마포구는 기존 자원회수시설을 운영 중인 자치구를 입지 후보지에서 제외시켜달라 서울시에 요청한 바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밤섬 폭발부터 시작해 당인리발전소로 시내 한복판에 100년간 분진 피해를 입고, 난지도에 8000만대 트럭분의 생활쓰레기를 매립했으며, 이미 소각장 750톤을 하고 있는데 거기다가 1000톤을 더 하라는건가”라며 “서울시로부터 혜택받은 건 농산물시장을 준 것도 아니고 저렴하게 임대해 준 거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달 31일 마포구청 대회의실에서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결정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마포구)
 
박 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같은 정당이지만, 상암동 자원회수시설 발표를 접한 후 반대 성명서를 내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박 구청장은 같은 정당이라는 이유로 ‘사전에 합의한 것 아니냐’, ‘결국엔 서울시장 편을 들 것’ 같은 억측까지 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오 시장하고 소각장 문제 갖고는 전화한 사실이 한 번도 없다”며 “거꾸로 제가 환경단체 활동을 했는데 같은 팀(정당)이라도 반대할 거다. 선정위에 압력 넣고 시의원 동원하고 골 때리는 일 만들면 피곤할테니 말 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표 전날 조찬에 갑자기 오래서 조금 늦게 갔더니 확정 얘기까진 못 들어서 ‘만약에 마포구로 온다면 나는 앞장서서 강력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며 “같은 당이 뭐가 중요하냐. 저는 누가 도와줘서 구청장 된 게 아니라 여야 정치인에게 빚진 게 없어 내 소신껏해도 아무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는 성공한 구청장이 되겠다는거지 당의 눈치 보면서까지 소신을 굽히고 싶은 생각 손톱만큼도 없다”며 “정당 추천을 받아서 구청장에 당선은 됐으나 구민이 원한다면 구민을 따를 수밖에 없다. 설령 그게 내 정치 생명을 앞당기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그 길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주민 반대를 예상못한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매년 주민지원기금 100억원 조성, 소각시설 상부 랜드마크 건립, 주민편익시설 건립 1000억원 지원 등을 약속했다. 기존 자원회수시설 사례와 비교했을 때 작지 않은 제안이지만, 주민들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박 구청장은 “누군가를 아프게 만들어 놓고 내가 너 치료비 주면 되지 않냐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며 “나는 강력 반대하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또 강력 반대할 예정이다. 지금은 그동안 고통과 설움을 감내해온 마포구민에게 또다시 기피시설을 설치해 오명의 세월을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마포구는 서울시 발표 직후 광역자원회수시설 설치 반대 TF팀을 구성했다. 법률지원단도 꾸리고 민관합동 주민협의체도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가동 중인 소각시설의 유해물질 측정 과정이나 폐기물 반입 위반 차량 감시를 강화하는 등 주민과의 협조와 연계도 추진 중이다. 자원회수시설 지정 백지화를 요구하는 마포구와 주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는 2026년을 얘기했지만 우리 주민들이 단단히 뭉치는 이상 첫 삽 뜨기 쉽지 않을 거다. 주민들의 뜻에 따라 저는 가는 거다”며 “주민들의 목소리가 행정에 담겨야 하는데 이번 결정엔 주민 목소리가 하나도 안 들어갔다. 지정을 해놓고 이제 주민 협의를 한다니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얘기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7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마포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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