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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초대석)"간토대진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이 열쇠"
박덕진 시민모임 '독립' 대표 인터뷰
입력 : 2022-09-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간토대진재 사건이 일어난지 10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일본은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1204년 가톨릭이 그리스 정교회를 침탈한 사건도 800년 만에 사과가 이뤄졌지 않습니까. 일본의 진상규명과 사과도 세월이 얼마나 흐르든 꼭 해결될 거라고 믿습니다."
 
8일 서울 마포구 신촌의 이한열 기념관에서 만난 박덕진 시민모임 독립 대표는 1204년 가톨릭이 그리스 정교회를 침탈 사건에 대해 800여년 만에 이뤄진 사과를 언급했다. 1923년 일본 간토지방에서 일어난 조선인 학살 사건인 '간토대진재' 또한 세월이 얼마나 걸리든 일본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사과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1204년 제4차 십자군 전쟁 당시 서유럽에서 모집된 십자군이 그리스 정교회가 있는 콘스탄티노플(현 튀르키예)을 약탈한 역사가 있다"라며 "이슬람에 대항하기 위해 모집된 십자군은 가톨릭인데, 어쨌든 같은 기독교를 약탈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200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에 대해 그리스 정교회에 유감을 표하며 800년 만에 사과가 이뤄졌다"라며 "간토대진재 사건에 대한 일본의 진상 규명과 사과도 얼마나 세월이 걸릴지 모르지만, 우리가 지속적으로 환기하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법 제정으로 국민 여론 형성해야"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 간토대진재 사건 100주기를 앞두고 진상 규명과 학살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해당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특별법 제정은 지난 2014년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여야 의원 100여명이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을 추진했지만 결국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계속 계류하다가 회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번만큼은 특별법 제정에 희망을 걸고 있다. 8년 전과 달리 '100주기'라는 명분이 있고, 박 대표가 속한 시민모임 독립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와 정치권, 노동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12일에는 해당 단체들이 모여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를 공식 발족하기도 했다. 추진위의 사업은 '간토대학살진살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이 관건이다. 특별법 제정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일본에 사과를 요하고, 역사를 복원하며 국민들의 관심도도 높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박 대표는 "해방 이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이와 관련한 신장 공개를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라며 "특별법이 제정되면 강제 사항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할 명분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 일본이 갖고 있는 기록 공개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움직여야 간토대진재 사건도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처럼 국민 여론이 크게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일본에서도 일본에서도 간토대진재 사건에 관심을 갖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시민사회 운동이 있다고 한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이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확대될 것으로 박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우경화 저지 차원에서 일본 여론도 환기 필요"
 
일본의 일부 시민사회에서도 간토대진재 사건에 관심을 갖고, 진상 규명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으로 양국 간에 이 문제가 공론화되면, 이들도 공식적으로 지지성명을 내는등 활동 범위가 늘어날 것으로 박 대표는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일본 사회가 우경화됐지만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자는 일부 양심적인 세력이 있다"라며 "일명 '풀뿌리 시민'들은 간토에서 어떻게 학살이 일어났는지 조사를 해서 보고서를 내고 간토대진재가 공권력과 민간이 개입한 학살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우경화 저지 차원에서도 특별법 제정을 통한 양국 간 여론 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다시 우경화를 위해 재무장 하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하다"라며 "일본 극우세력이 바라는 것은 예전에 아시아를 호령하던 시절로 가는 것인데 이런 생각을 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익은 과거 역사 범죄를 부정하며, 이를 인정하는 것을 '자학'이라고 한다"라며 "일본의 근대화를 추진했던 사람들이 동시에 침략주의를 주장했는데, 그 때 대륙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이들의 맥이 청산되지 않고 일본의 기득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내려면 여야가 힘을 합쳐 발의를 해야한다. 국내 보수세력의 참여가 쉽지는 않겠지만, 역사를 바로잡는 것에 당적은 물론 남북의 경계도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박 대표는 강조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간토대진재 문제는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자 단체의 일종인 직총(직업총동맹)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다.
 
그는 "기존의 보수세력과 현 정부의 외교 기조에 비추어봤을 때 특별법 제정 추진이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북한에서도 일부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녹일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박덕진 시민모임 독립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신촌 이한열 기념관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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