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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 사전공시 논란①)작전세력은 '땡큐'…개미 무덤 우려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제도, 공매도·작전 세력 등 악용 여지 있어"
입력 : 2022-09-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금융 당국이 그동안 사후 공시만 이뤄졌던 상장사의 임원·주요주주 지분거래를 사전 공시제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377300)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먹튀’ 사건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이를 사전에 공시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제도 시행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법 개정 추진 발표와 함께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부자의 주식 매매 공시 자체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선 사전 공시 제도가 공매도 세력이나 작전세력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상장회사의 임원과 주요 주주 등 내부자가 회사 주식을 거래할 경우 매매 예정일의 30일 전에는 매매계획을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상장회사가 발행한 총주식 수의 1% 이상, 또는 거래 금액 50억원 이상을 매매하려는 경우에 적용된다.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이지만, 사전공시 제도의 악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매도 등 특정 세력이 해당 제도를 악용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더욱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상 내부자의 주식거래는 주가 급등락의 원인이 된다. 사전공시제가 공매도 세력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주주의 대량매매 계획 자체만으로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즉각적인 반응이 힘든 개인투자자들의 추가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상장기업 임원은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에 예정 매매가격 등을 포함해야하는데, 내부자 주식 매도가 악재로 인식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면서 “사전공시가 공매도를 부추길 경우 매각 기간 늘어난 공매도가 주가를 추가로 하락시킬 수 있어 제도적 보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페이의 경우 지난해 12월10일 임원진의 '먹튀' 논란 이후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작년 12월9일 20만8500원에 마감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임원진의 매도 첫날(12월10일) 6% 급락했으며, 이후 한달 뒤인 1월10일에는 14만8500원까지 내리며, 주가가 28.78% 급락했다.
 
가장 큰 문제는 주가조작 등 작전세력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전세력이 주가를 올릴 때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갑작스레 쏟아지는 대량매매다. 그러나 사전 공시제도가 시행될 경우 작전세력들에게 한 달 동안은 대량매매가 없을 것이란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사채꾼들이나 작전세력 등이 주가를 끌어올릴 때 해당 상장사의 대주주와 내용을 공유하기도 하는데, 주가 상승에 따른 갑작스러운 대량매도를 막기 위한 이유도 있다”며 “사전 공시제도가 시행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세력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변동성 확대로 과도한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제한적으로 변경 및 철회를 인정한다’는 예외 규정도 문제다. 대주주의 주식 매각계획이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되고 이후 철회 공시가 나오면 다시 주가가 급등할 여지가 있는데, 내부자와 특정 세력이 결탁해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밖에도 경영진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전 공시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 경영진 입장에선 예상했던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는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요주주의 자율적인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냐는 지적이다.
 
상장기업 유관기관들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1일 금감원과 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상장기업 유관기관 간담회에선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에서 나온 기업들 의견 중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들이 있었다”며 “의견 중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던 만큼, 기업들 의견도 잘 반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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