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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에이프로젠, CB 발행 미루다…결국 내부 자금 조달?
1년 전 발행 결정한 CB 최근 진행…조달 규모 줄고 발행 조건 바뀌어
입력 : 2022-09-27 오전 8:30:00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3일 11:0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에이프로젠(007460)이 1년 동안 미뤄 온 5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납입을 완료해 눈길을 끈다.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준비하면서 기업공개(IPO) 공모금이 아닌 CB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합병 일정이 지연되며 CB 발행도 덩달아 늦어진 모습이다. 최초 CB를 인수하기로 했던 재무적투자자(FI)들도 빠져나가며 결과적으로 외부 자금 조달이 아닌 계열사 자금에 기대는 형국이 됐다. 
 
에이프로젠 전경. (사진=에이프로젠)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프로젠은 지난 15일 제25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를 발행했다. 운영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발행된 이 CB의 조달 자금은 550억원이다.
 
25회차 CB의 발행을 결정한 최초 이사회 결의일은 지난해 9월15일이었다. 총 9차례 지연되며 1년이 지나서야 납입이 마무리된 것이다. 당초 에이프로젠이 CB를 통해 확보하려던 자금은 1050억원이었으며, 최초 납입일도 지난해 11월16일이었다.
 
해당 CB는 발행 결정 당시 에이프로젠에게 불리한 조건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1%로 이자비용 부담이 적었으며, 사채발행일 후 1년8개월이 되는 시점 전까지 원금의 50%인 525억원을 투자자에게 매도 청구를 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돼 있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점은 있었다. 해당 CB의 이사회 결의일이 개정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 시행일 이전인 지난해 9월이었기 때문에 발행사의 주가 상승에 따른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와 무관했다. 주가가 올라도 상향 리픽싱 의무가 없어 더 낮은 가격에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개정된 규정은 지난해 12월1일 이후 이사회 결의분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CB 발행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결국 해를 넘겼고 투자자도 두 차례나 변경, 자금 조달 계획 자체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1%였던 만기이자율은 4%으로 조정됐으며 콜옵션 조항도 빠지게 됐다.
 
 
 
기존에 CB를 통해 확보하고자 했던 1050억원은 한국채권투자운용이 950억원, 라비엘 신기술조합 제124호가 100억원씩 인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초록뱀인베스트먼트의 출자법인 초록뱀 헬스케어 신기술조합 1호로 인수자가 바뀌었으며, 이후 이달 15일 마지막 발행 공시를 통해 계열사인 에이프로젠제약(003060)에이프로젠(007460)헬스케어앤게임즈로 최종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외부 투자 유치가 아닌 계열사 자금력을 끌어들이게 된 셈이다.
 
에이프로젠의 주가가 하락한 것도 일정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CB 발행을 결정했던 지난해 9월16일 회사의 종가는 2110원이었지만,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거듭하며 22일 종가 기준 1090원으로 48.3% 떨어졌다. 이에 따라 2002원이었던 전환가액도 1362원으로 낮아졌으며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 이상)는 1402원에서 954원으로 맞춰졌다.
 
이같이 CB 발행 계획이 미뤄진 것은 공교롭게도 에이프로젠의 합병 일정과 맞물린다. 지난해 9월 에이프로젠은 에이프로젠메디신과의 흡수합병을 통해 코스피 시장에 우회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합병을 통해 비상장 기업이었던 에이프로젠이 코스피 상장사인 에이프로젠메디신에 흡수되고, 에이프로젠메디신은 사명을 에이프로젠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합병은 지난 7월 완료됐다.
 
당시 기업공개(IPO)를 통한 공모금 조달 대신 메자닌 등 다른 방안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던 것이 회사 측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합병 일정이 지연되고 인플레이션과 증시 불안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가중됨에 따라 CB 발행 일정도 미루게 된 것이다.
 
에이프로젠은 CB 일정 지연에 투자자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CB 발행을 결정했을 때가 합병을 추진했던 때와 같은데, 합병이 지연되면서 미뤄지게 됐다”라며 “당초 납입일은 11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중간에 미국 연준이나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는 등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납입일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에이프로젠이 향후 연구개발(R&D) 비용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에이프로젠은 레미케이드, 휴미라, 허셉틴, 아바스틴 등 총 7개의 바이오시밀러와 유방암 치료제, 백혈병 치료제 등 4개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에이프로젠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별도기준)은 약 288억원이다. 최근 3년(2019~2021년)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03억원이었던 반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541원에 달한다. 2019년부터 3년째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누적 결손금은 910억원에 육박한다. 2019년 298억원에서 205.4% 늘어난 규모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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