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번에도 북한 땅을 못 가고 여기서 발길을 돌리네요. 평화달리기가 계기가 돼서 다음엔 꼭 북한 땅도 달리고 싶습니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23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한 달여 간의 평화달리기 국내 일정을 임진각에서 마무리했다.
강 씨는 지난달 21일 제주도 백록담에서 출발해 전국을 달리며 남북 통일과 세계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시민들의 뜻을 모았다.
일정 도중 태풍이 찾아오거나 고온의 날씨가 계속되는 등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전국 곳곳에서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냈고, 일부 시민은 '동행 달리기'로 일부 구간을 함께 달리며 힘을 보탰다.
뇌경색 후유증을 앓고 있는 강 씨는 불편한 몸으로 인해 초반에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달리기를 계속하면서 페이스를 찾아 국내 일정 후반부엔 이전 못지 않은 자신감을 회복했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23일 문산역 앞에서 시민들과 평화달리기를 출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전날 고양시를 거쳐 파주까지 도착한 강 씨는 이날 아침 파주시청에서 출발해 문산역을 지나 오후에 임진각까지 달리며 국내일정 마지막을 무사히 마쳤다.
마지막 일정인 만큼 2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임진각까지 달렸으며, 풍물패도 흥겨운 가락으로 일행들의 피로를 덜었다.
이날 오후 임진각 망배단에선 강명구평화달리기추진위원회, 남북민간교류협의회, UN한반도평화번영재단, 희망래일, 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 등 이번 평화달리기를 돕는 단체 관계자들과 응원하는 시민 등 80여명이 모여 평화출정식을 열었다.
강 씨는 출사표에서 “교황님이 판문점에 오시면 이 곳이 질곡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2년 반 전에 뇌경색을 앓아서 반쯤 불수가 됐지만 넘어지고 깨져도 다시 일어나 바티칸까지 가면 교황님도 마음이 움직이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축전을 보내 강씨의 여정을 응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 곳곳에 수없이 새겨진 강 선수의 발자국은 그 자체가 평화의 상징이자 기적이었다”며 “평화를 향한 세계인의 염원이 어느 때보다 크고 한반도에서도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는 시점에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를 위해 장도에 나선 강명구 선수의 뜨거운 열정과 의지에 거듭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축전으로 강씨를 격려했다. 김 지사는 “한반도에서 모인 이 평화의 염원이 평화가 깨진 세계 곳곳으로 퍼져 다시 평화가 회복되길 바란다”며 “종착점인 바티칸 교황청에 도착할 때까지, 평화의 마라토너 강명구님, 평화의 여정에 함께하실 모든 분이 건강하게 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늘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강 씨의 평화달리기와 임진각 평화출정식은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강 씨는 오는 27일 베트남으로 출국해 400일간 모두 18개 국가, 1만1000km를 달려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으로 향한다.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나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으로 초청해 내년 성탄절 미사를 판문점에서 여는 것이 최종 목표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23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평화출정식에서 출사표를 말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