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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빨간불…지금 구조 그대로면 총선 쉽지 않아"
(인터뷰)이관후 새로고침 간사 "민주당, 지지층 확장 필요…'친환경·신성장 그룹' 잡아야"
입력 : 2022-09-28 오후 5:46:51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인 분석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꾸린 '새로고침위원회'는 두 달간 활동을 마감하면서 '이기는 민주당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미래비전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진보·보수로 나눠져 있던 전통적 유권자 지형이 가치와 정책 이슈에 따라 해체되고, 크게 6개 유권자 그룹으로 새롭게 재편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민주당이 전통적인 지지층을 제외하고 지지층 확장에 실패하며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봤다. 새로고침위는 민주당이 핵심 지지층을 확장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승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당의 노선, 정책, 태도, 조직과 운영에서도 대대적인 반성과 혁신을 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이관후 간사(정치학 박사)는 우상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학자·청년활동가 등 외부 위원 5명 등으로 구성된 새로고침위에 참여했다. <뉴스토마토>는 28일 이 간사를 직접 만나 이번 보고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지지층을 확장하지 않으면 "2024년 총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의 1그룹 '평등·평화 그룹'와 6그룹 '개혁우선 그룹' 지지만으로는 2그룹 '능력주의 보수그룹', 3그룹 '친환경·신성장 그룹', 4그룹 '반권위·포퓰리즘 그룹'이 선거에서 뭉치는 보수 세력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정당지지도를 근거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고루 시선을 보내는 3그룹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분석 결과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가장 많이 지적한 만큼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그간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 없이는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조언이다. 
 
다음은 이관후 간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이관후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간사가 28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 대선 패인 분석이 가장 중요했을 거 같다. 
물론 그 것도 포함되겠지만,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대선 패배 원인을 찾는다고 해도 언제부터 원인이 존재했던 것인가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대선 직후, 지방선거 직후에 당내에서 패배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20~30개 이르는 분석 결과가 있었다. 단기적인 평가는 많이 이뤄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중장기적인 평가가 있는 게 더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민주당은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10년간 표방했다. 10년이 지났으니까 기존의 것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 대선 때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니고 당이 앞으로 어떻게 가는 게 좋은가를 알아본 것이다. 과거 10년에 이어 앞으로의 1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는 전환점이 되는 보고서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작했다.
 
2~4그룹이 연합하는 보수와 달리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지지층 결집은 어느 정도 됐는데 확장성이 좀 떨어졌던 것이다. 보고서가 얘기한 대로 왜 민주당은 지지율 40% 초반대를 못 벗어나는가를 알아보려고 했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 입장에서 정권 재창출하는 것이지 않았나.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후보 지지나 평가가 있을 것이고,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도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경우 부동산 정책 지적이 많았다. 그것보다도 특정 정책을 넘어서 전체 유권자 지형으로 봤을 때 문재인정부의 한계, 민주당의 한계 이런 것들을 찾아본 것이다. 정치인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왜 40% 초반대 벽을 못 넘는가', '확장성이 없다' 등 구조적인 의문이 있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될 때 지지율은 42%(41.08%)였고, 5년 임기 동안 국정지지율도 계속 40%대 초반이었다. 이번에 그런 의문이 조금 풀린 것이다.
 
지금 구조라면 다음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질 수밖에 없지 않나.
변화 없이 지금 구조 그대로 가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장단점이 있다. 민주당은 가장 큰 1그룹이 지지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이들이 정치 고관여층이다. 그래서 전투에서 이긴다. 민주당이 이슈를 던지면 편을 들어주지만, 선거 시기가 되면 확장하지 못한다. 보수에 가까운 유권자, 잠재적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선거 때 나온다. 잠재적 보수 그룹이 2~4그룹 총 3개인데 정치적 선호가 상당히 다르다. 평상시에는 잘 결집되지 않는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민주당 지지하는 그룹이 커 보인다. 그런데 선거 때는 다르다. 선거는 나눠진 정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2~4그룹은 보수 정당을 찍는다. 하지만 평소에 민주당 지지하는 그룹의 규모는 늘어나지 않는다.
 
우상호(왼쪽)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새로고침위원회 활동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고서는 민주당이 3그룹 친환경·신성장 그룹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주관적 해석이 아니라 1그룹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할 확률이 10%가 안 된다. 2그룹에서 민주당을 지지할 확률 역시 마찬가지다. 3그룹은 정당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스윙보터들이다. 그럼 중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책 선호도, 소득수준, 연령 등을 보면 보수 쪽에 가까운 모형이다. '온건보수'라고 볼 수 있다. 특징을 잡으면 공동체주의 보수, 따뜻한 보수, 온정주의 보수에 가깝다고 봤다. 스윙보터니까 공략 대상인데 선거는 한 개의 정당을 선택하니 당장은 보수 쪽을 찍을 확률이 높다. 
 
3그룹을 잡기 위한 민주당의 방안은 무엇인가.
3그룹이 선호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다만 민주당이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공략해야 할 집단이 남북이 대결해야 한다고 본다 해도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 핵심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 봤을 때 3그룹에서 민주당 가치와 부합할 만한 정책 선호도가 상당수 있다. 그동안 그 부분을 잘 파지 못했던 것이다. 3그룹 특성이 경제가 중요하고 경제 성장에 많이 기여하는 게 기업과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2그룹과 비슷하다. 2그룹은 자유방임쪽에 가까운 입장인데 3그룹은 그 과정에서 국가 역할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성장을 계속 해나가려면 '국가가 복지도 잘 해야 한다. 미래성장동력도 국가가 도와줘야 할 몫'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민주당 입장에서 복지를 강화하면 같이 갈 수 있는 부분이다. 차별성을 어떻게 갖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보수정당도 복지 얘기한다. 선거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가지냐인데 재정만 많이 확보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집행하느냐가 중요하다. 
 
'정치신인에게 열린 정당', '도덕적인 정당'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거의 비슷했다.
이 부분이 민주당이 가장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국민들은 도덕성이나 세대 교체,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비슷하거나 더 못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보고서에서 봤을 때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 변화하기가 어렵다. 최근에 당내 얘기를 들어보면 자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증해 보지 않았고, 두 번째 '그래도 우리가 그쪽보다 낫겠지'라는 매너리즘이 있었다. 이제는 자기들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응답자들이 민주당의 시급과제 1위로 '신뢰 회복'을 꼽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제대로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방대하게 했다. 결국 '내로남불'이다.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막말정치 같은 것들이다. 신뢰가 안 간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여당일 때는 야당한테 하지 말라고 그러더니 바뀌니까 그러네'라고 전혀 신뢰를 하지 않는다. 결국 국민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 여당일 때 어떤 주장을 하면 야당일 때도 같은 주장을 해야 하는데 일관성이 없다. 구체적으로 정책을 예로 들지는 않겠지만,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면 지지율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야당일 때는 엄청난 개혁을 많이 할 것처럼 하다가 여당되니 연금개혁과 같은 개혁 과제를 안 한다.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이러한 정치 행태는 국민에게 냉소만 가져오게 된다.
 
민주당이 최근 민생을 강조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10년 정도 진보로 가야 할지 중도로 가야 할지 논쟁을 해왔다.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이념적인 성향이 많았다면 지금은 훨씬 더 다원화된 사회다. 딱 갈리지 않는다. 민주당은 여전히 20년 전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보수, 중도, 진보냐고 물으면 응답은 하겠지만, 인과관계는 거의 없는 얘기다. 지금까지 이것을 가지고 당 정책이나 비전을 잡았다? 엉뚱한 일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생도 마찬가지다. 민생이라는 말을 덜 써야 한다. 민생도 여러 가지가 있다. 세금 깎아달라는 민생, 복지 더해달라는 민생 등이 있다. 두 개는 모순적인데 다 민생이라고 한다. 민생이면 어떤 민생인지 그 얘기를 해야 한다. 민생 얘기한다고 민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그 당을 지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부자에게 유리한 민생도 있고 가난한 사람한테 유리한 민생도 있다.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도 민생이다. 기후위기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 사람들의 가치·비전과 일치하는지를 봐야지, 정책 네이밍만 민생 정책이라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렇게 하면 '국민 삶에 도움 주는 정당으로 비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28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열린 민주당-제주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고서 내 민주당 시급 과제 중 윤석열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내용은 8위에 불과하다.
정책 야당이 될 것이냐 아니면 대여 투쟁을 잘하는 야당이 될 것이냐 논쟁은 쓸데없는 논쟁이다. 야당이면 정부여당 견제는 당연히 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부여당 비판한다고 야당 찍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확인되지 않느냐. 정부여당 지지율 떨어진다고 민주당 지지율과 관련이 없다.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는 그것대로 하는 것이고 반사이익은 없다. 민주당 평가는 다른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1~7위는 민주당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 부분을 잘할 때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 투표율이 현저히 낮았다.
새로운 지지층을 못 끌어들이는 문제도 있지만, 1그룹 코어 지지층도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차마 국민의힘을 찍을 수 없으니 투표장에 가지 않은 것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는다가 아니라 여기에만 안주하고 있는 게 화가 나는 것이다. 해석을 잘못하면 안 된다. 코어 지지층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라는 게 아니다. 지지층은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 실망한다. 당이 변화, 개혁과제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못하니 실망하는 것이다.
 
그럼 민주당에서 해야 할 과제는 뭔가
복지, 기후위기, 미래성장동력, 청년 정책을 얘기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이 과연 이것을 신뢰할까. 지금 민주당에 대한 신뢰 자체가 많이 떨어져 있다. 이미 '양치기 소년'인 것이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해볼께요'라고 한들 얼마나 호소력, 공감이 있을까. 먼저 해야 할 것은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내 말을 믿어줘야 어쨌든 그 내용을 전달할 게 아닌가. 그래서 민주당의 정치 행태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확장하지 못하면 코어 지지층도 떠날 수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했던 기존 지지층도 무너질 수 있다. 지금 민주당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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