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까지도 대(對)중국 주요 수출 품목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상승세를 기록했던 반도체가 8월 들어서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대중국 수출 하락은 예견돼 있었고, 이는 삼성전자 공장이 증설된 영향도 한몫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액은 43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하락했다. 앞선 3개월간의 반도체 수출 증감률을 보면 5월 11.9%, 6월 13.2%, 7월 14.8% 등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하는 추세였다.
이는 중국 반도체 장비의 자급률이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반도체와 장비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3월 삼성전자 시안2공장의 증설이 완료됐고,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반도체 장비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3% 감소했다.
앞서 7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132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5% 줄었다. 이는 2분기 들어 본격화된 중국 경제의 둔화세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수출이 늘었지만, 다른 주요 품목은 모두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7월1일부터 25일까지 수출 증감률은 반도체가 10.9% 상승했지만, 철강은 8.3%, 석유화학은 14.1%, 석유 제품은 1.2% 각각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의 7월 전체 수출액은 112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고, 이는 역대 7월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이후 8월 107억8000만달러로 16개월 연속 100억달러 수출을 기록했는데도 26개월 만에 전년 동월비가 감소했다.
하지만 7월 당시에도 월별 수출 증가율 추세와 국내 업체별 전망 등을 미뤄볼 때 중국 수출 시장에서 반도체의 성장이 주춤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매월 1일부터 25일까지의 전년 대비 대중국 반도체 수출 증가율을 보면 △1월 39.7% △2월 33.9% △3월 53.7% △4월 18.2% △5월 10.5% △6월 11.5% △7월 10.9% 등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3일 부산 남구 감만과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국내 반도체 전문가 대부분은 현재 반도체 산업의 현황을 위기라고 봤으며, 이러한 상황이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76.7%는 현재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위기 상황 초입' 56.7%, '위기 한복판' 20%)로 진단했다. 또 '위기 상황 직전'이란 응답은 20%였고, '위기 상황이 아니다'란 답변은 3.3%로 집계됐다.
현재 상황을 '위기' 또는 '위기 직전'으로 진단한 전문가에게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물어본 결과 가장 많은 전문가가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58.6%)으로 전망했다. 그다음으로 '내년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