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4일 열린 윤석열 정부 첫 대법원 국정감사는 예상대로 정쟁이 주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작부터 여야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제 시간에 개의하지 못하는가 하면 오후 국감 역시 이른바 ‘윤석열차’ 그림·'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 등을 두고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당초 법사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을 상대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 조사 통보를 두고 피켓 시위가 벌어지며 개의가 늦어졌다. 여야 공방이 오가면서 국감이 시작된 것은 개의 예정시각에서 한시간이나 지나서였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탄압 중단하라'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회의 시작에 앞서 야당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장에서 ‘정치 탄압 중단하라’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여당 의원들도 ‘정쟁국감 NO 민생국감 YES’ 피켓으로 맞대응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질의서를 보내고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 정당한 의사표시”라고 피케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과 국민에 깊은 양해를 부탁드린다”면서 “첫날 왜 민주당이 이런 행동 했을지 고민해달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도 “(감사원의 통보는 문 전 대통령에게) 모욕을 주기 위한 정치 감사”라며 “감사원의 단독 결정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이 발끈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대법원장이 나와 있는데 누가 누굴 어떻게 정치탄압 하고 있다는 것이냐”며 “대법원 국감과 ‘정치탄압’이 무슨 관계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감사나 수사에 성역이 있어야 했느냐”고 맞받았다.
같은 당 정점식 의원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감사원의 진실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피조사자로서 방어권 챙기겠다는 것”이라며 “감사원도 전직 대통령을 예우할 게 아니라 피조사자로 다루면 된다”고 말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한 표현의 자유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오후에는 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윤석열차’ 그림을 들고 나와 대법원 측 입장을 물었다. 이 그림은 최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금상(경기도지사상)을 수상한 한 고등학생의 작품었다. 뒤늦게 행사를 후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치적 주제를 다뤘다며 경고 조치를 내리자 논란이 일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그림만 봤을 때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비판,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여당 측은 이 그림에 대해 “표절 문제가 크다”고 반박했다. 김 처장은 “(그림이) 비슷한 것 같지만 표절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차’와 2019년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를 풍자한 만화) 표절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표절을 따진다면 대학의 학문 자유와 도덕적 권위를 실추시킨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을 얘기하는 게 맞다”며 맞불을 놨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영상'도 대법원 국감에서 거론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PPT까지 준비해 "지금 이 사건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이 영상이 엠바고 전 유독 민주당 관계자들에게만 흘러갔다는 점"이라면서 "MBC가 편파보도해왔던 여러 방송 태도에 비춰봤을 때 공정하고 객관적 보도가 아닌 특정 정파로 인해 목적성을 가지고 보도했다는 것이 저희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측면에서 과연 이것을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포섭하애 할 지 의문"이라면서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키고 강행처리할 때 가장 강조한 게 언론책임이다. 그 책임에 대해서 그리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 사실보도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의 기본원칙에 대해서만 강조한 것은 아쉬움이 있다"며 대법원 국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