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기아(000270)의 봉고3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이 생산 중단에 들어간다. 정부가 LPG 차량에 대한 지원을 축소한데다 대체 차량인 전기트럭은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봉고3 LPG 모델이 생계형 차량인 만큼 결국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경차 화물차가 다시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달 말까지만 계약을 받고 이후 봉고3 LPG 모델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기아 관계자는 "봉고3 LPG 모델이 단산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1톤 LPG 트럭은 봉고3가 유일하다.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9.6% 증가한 1만1736대를 기록하며 처음 연간 판매 1만대를 넘었다. 봉고3 LPG 모델은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경유 차량보다 출력이 약하고 수동 변속기만 장착됐기 때문이다.
더 뉴 봉고3.(사진=기아)
하지만 2019년 정부가 지원금 사업을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정부는 소유하고 있는 경유차를 폐차한 뒤 LPG 1톤 트럭을 신규 구매하는 사람에게 4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여기에 최대 600만원(생계형 조기폐차 대상)의 조기폐차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이에 봉고3 LPG 모델 판매량은 2019년 3600대, 2020년 9057대로 급증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LPG차량은 미세먼지 배출량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NOx) 배출량도 경유차량의 93분의 1에 불과하다. 차량과 연료 가격이 저렴해 대중화에도 용이하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올해부터 보조금을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였다. 지원대수도 2만대에서 1만5000대로 축소했다. LPG 화물차 가격이 경유 화물차보다 가격이 낮아 보조금 없이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실질적으론 LPG 화물차 보조금을 줄여 전기·수소트럭 보조금을 확대할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정부의 보조금이 줄어든 데다 봉고3 LPG 모델이 단산에 들어가면서 경유 화물차 보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기 화물차가 짧은 주행거리, 불편한 충전, 생산능력 등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국개인소형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관계자는 "용달화물차는 이동거리가 길어 주행거리가 중요하다"며 "전기차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LPG 화물차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면 경유 화물차를 선택하는 운전자가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1톤 전기 화물차에 보조금(최대 2400만원)을 지급하지만 막상 구매자들은 기존에 보유한 화물차를 거의 폐차하지 않아 유해물질 저감 효과가 크지 않다.
실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화물차 구매시 기존 보유 차량을 폐차하는 비율은 2020년 5.8%에서 지난해 2.7%(8월 말 기준)로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화물트럭 판매 비중은 경유차 75%, 전기차 17%, LPG차 8% 등으로 경유차가 압도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LPG 화물차에 대한 토크, 연비 등에서 만족도가 높아 노후화한 경유 화물차를 대체해 얻는 환경적인 편익이 크다"며 "생산 중단, 환경부의 보조금 축소 등은 분명히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 업계에서는 봉고3 LPG 모델이 생산 중단에 들어가지만 단종은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새로운 엔진을 달고 배기가스 장치도 개선된 모델이 나올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봉고3 LPG 모델이 이달부터 1년 정도 생산이 중단되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3세대 LPI 엔진에서 내년 하반기 자동변속기 적용과 함께 4세대로 업그레이드되고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