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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울F&B, '설비 차별화'로 대기업 홀렸다
이노비즈 인증받은 유음료 생산 기업…대기업 제품 포함해 450여개 품목 생산
입력 : 2022-10-10 오후 12:00:00
[원주=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눈에 익은 제품명이 박힌 포장지가 줄지어 레일을 지나며 팩 모양으로 성형된다. 팩 안에는 곧장 무균 음료가 채워진다. 여기에 종이빨대까지 붙고나니 어느새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돼 세상으로 나갈 채비가 끝났다. 순식간에 편의점을 가득 채울 정도의 물량이 만들어졌지만 공장에 있는 사람은 4명 남짓. 스마트공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산업용 로봇팔이 제품을 말그대로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있었다. 깐깐하게 제품을 가려내는 것 역시 무인화로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6일 서울F&B의 강원도 원주공장에서 제품 성형이 한창이다. (사진=변소인 기자)
 
국내 최대 유음료 생산기업인 서울F&B의 강원도 원주공장 모습이다. 지난 6일 방문한 서울F&B 원주공장은 웬만한 IT기업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세련된 공간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유리온실같은 로비, 유아들을 위해 구비해둔 도서와 미끄럼틀을 뒤로 한 채 30대 젊은 공장장이 나와 맞이하는 이곳. 서울F&B의 첫인상은 고리타분한 옛날식 제조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5년 설립된 서울F&B는 우유, 두유, 커피, 발효유, 냉장주스, 건강기능식품 등 450여 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자체 생산제품은 물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도 소화해하고 있다. 자체 생산제품과 OEM·ODM 비율은 4:6 정도다. 2012년 6월 이노비즈(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을 받았는데, 인증 당시 3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1365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6일 '2022-2차 이노비즈 PR데이'에서 오덕근 서울F&B 대표가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이노비즈협회)
 
3억8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오덕근 서울F&B 대표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자금이 많이 필요하지만 창업 당시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상황을 회고하며 최근 작은 기업 6곳을 상대로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파스퇴르 창업멤버였던 오 대표는 IMF외환위기 여파로 회사를 나와 산양유 제품으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창업 당시부터 오 대표는 '설비 특화'를 결심했다. 대기업이 갖고 있지 않은 설비를 갖춰, 대기업에게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스스로 찾아오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방부제나 보존제를 넣지 않고 무균처리만으로 1년간 유음료를 유통하는 노하우를 획득한 것이 서울F&B의 차별화 포인트였다. 오 대표는 "갑 같은 을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설비를 특화시키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대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으로 2년이 걸리는 일을 우리는 6~7개월이면 빠르게 세팅해 생산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F&B의 강원도 원주공장의 로비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그 결과 유수의 대기업 제품을 서울F&B에서 생산하게 됐다. 편의점에서 흔히 보는 제품도 뒷면을 돌려서 확인하면 서울F&B 제조로 표시돼 있는 경우가 많다. 450여 가지의 제품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밖에도 제품군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F&B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고농축 영양 음료를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약 3년 후쯤엔 물에 타 먹으면 하루 비타민, 미네랄 섭취 권고량을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매출액은 192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전환되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200억원 정도 매출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서울F&B는 직원의 임금을 대기업 직원의 임금 90% 정도로 높인 뒤 오는 2025년 기업공개(IPO)도 계획 중이다. 내년 상반기 스마트공장 고도화 1단계가 마무리되면 이후 고도화 2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생산부터 출고까지 원스톱으로 하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이같은  꿈을 차근차근 실현해나간다는 목표다.
 
원주=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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