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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재발견
입력 : 2022-10-12 오후 6:34:58
점심에 한 중소기업 관계자를 만났다. 기자간담회 개최를 앞두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의 한 채널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고 했다. '반포대교 라이브'라는 채널인데, 반포대교 인근에 사는 채널 운영자가 실시간으로 반포대교 전경을 찍어 스트리밍하는 방송이라고 했다. 집에서 '한강뷰'를 시청할 수 있고, 잔잔한 음악도 깔려, '불멍'하듯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지켜본다고 했다. 궁금했다.
 
집에 와서 모두가 잠든 시간. 혼자 슬쩍 거실로 나와 티비를 틀었다. 우리집에는 사실 티비가 없다. 해가 떠있는 시간만큼은 티비를 보지 말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 빔'을 설치했다. 리모콘을 들고 해당채널을 검색했다. 그리고 30여초 뒤. 내 눈앞에 반포대교의 전경이 펼쳐졌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도 반포대교 인근은 살아 있었다. 낮만큼은 아니지만, 강남에서 강북으로,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를 실어나르는 파란 버스까지. 
 
마치 우리집이 반포에 자리잡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도 한참을 반포대교를 멍때리며 지켜봤다. 프로젝트빔에 비친 큰 화면의 반포대교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한강이 펼쳐져있었던 신혼집에 살던 9년여 전이 생각났다. 그래. 그때 참 좋은 집에 살았구나. 지금 집 앞은 아파트에 가로막혀 '뷰'랄 것이 없다. 뷰가 없는 집에 와보니, 뷰 라는 것은, 없으면 허전하고 왠지 마음이 답답해지는 형언할 수 없는 자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뷰가 있을땐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없으면 괜히 서운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집 안 거실에서 프로젝트 빔을 통해 한강뷰를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을 접속했다. 거실 벽으로 반포대교 전경이 펼쳐졌다.
 
유튜브의 해악만 느껴지던 요즘이었다. 영상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버린 꼬마들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었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해설에 내 눈과 귀를 맡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간만에 유튜브의 기능(?)에 감탄했다. 한강뷰를 내 집안으로 들여올 수 있었고, 덕분에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한강뷰를 보고,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은 나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여튼 그랬다. 나도 격무에 시달리나. 가을을 타는지…마음이 병들었었나 보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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