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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10명 중 9명 "'아동학대 누명'쓸까 겁난다"
전교조, 전국 교사 6243명 상대 실태조사
입력 : 2022-10-13 오후 4:59:41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현직 교사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교육 현장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를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의 기준이 모호해 교사의 말투나 사소한 손짓 등의 행위도 학부모가 신고하면 매뉴얼에 따라 아동학대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아동학대 사안 처리과정 실태조사' 결과(신뢰 수준 95%, 오차 범위 ±1.23%)를 발표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는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6명 이상(61.7%)이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받거나 동료 교사의 사례를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신고를 받아본 교사의 비율은 11.3%, 동료의 사례를 본 적 있는 교사의 비율은 54.8%로 나타났다.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를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92.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본인이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거나 동료의 사례를 본 적 있다고 답한 비율(61.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아동학대 신고 내용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폭언·따돌림 유도·차별대우 등 정서 학대'(61%)였다. 정서 학대의 실제 신고 사례로는 '청소시간에 아이들만 청소를 했다', '손 들지 않은 아이에게 발표를 시켰다’ 등이 있었다. 전교조는 이러한 사례를 포함해 학부모나 학생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손균자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기억나지 않는 수년전의 일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거나 심지어 어떤 이유로 신고 당했는지 모르기도 한다"며 "교사들이 최소한의 자기 방어를 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아동복지법 제17조 5항에 따라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느끼는 감정을 중심으로 판단해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체벌·폭행 등 신체 학대' 비율은 31.4%였다. 특히 신체 학대 신고는 특수학교의 비율이 58.2%로 월등히 높았다. 이를 두고 전교조는 장애 학생이 자신 및 주변 학생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교사의 정당한 행위까지도 아동학대로 오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적 있다는 응답자 중 61.4%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죄가 확정된 사례는 1.5%에 불과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 참여한 교사의 98.2%는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이후 사안 처리 과정에서 교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답했다.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에서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전체의 76.3%가 '아동학대처벌법, 교원지위법, 학교자치법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꼽았다.
 
이어 '사실 확인과 소명 기회를 보장하도록 매뉴얼 정비'(74.6%), '교권보호위원회의 역할 강화'(58.3%), '교육청의 아동학대 사안 처리 전문성 확충'(41.7%), '사안 발생 시 관리자의 적극적 판단과 개입 필요'(21.7%) 순으로 조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국장,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 손균자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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