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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초대석)"자원 국내 반입 명령, 합리적이지 않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민간이 개발·확보 주체…정부, 측면 지원해야"
입력 : 2022-10-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자원안보법)에서 자원 위기 때 해외 자원을 국내로 반입하라고 명령하는 조항은 합리적인 접근법은 아닌 거 같습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에너지 위기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으니 자원안보법의 취지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아쉬운 점들을 늘어놓았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며 컨퍼런스 자료집을 들고 있다. 박 교수는 이날 오전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이뤄진 한미협회 컨퍼런스에서 발제했다. (사진=신태현 기자)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자원안보법은 기존 에너지원별 개별법들의 자원안보 대응을 아우르는 특별법이다. 제29조 제1항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자원안보위기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핵심자원의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해외에서 핵심자원을 개발하거나 확보한 공급기관의 장에게 그가 개발 또는 확보한 핵심자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에 반입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제2항은 반입 명령으로 인해 공급기관이 입은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보통 해외 개발 자원을 계약할 때는 광산권(광산 경영 권리)이나 조광권(타인의 광구에서 광물을 캐는 권리)를 갖는 게 아니라 지분 형태"라며 "정부가 반입 명령을 행사할지라도 계약 조건이나 국제 시장 여건을 볼 때 실제 가지고 오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제 유가가 뛰거나 LNG 가격이 폭등했을 때 강제 반입 명령한다고 하면 사업자가 애초에 개발할 이유가 많이 약하지 않느냐"며 "손실 보전의 재원과 액수 역시 사업자 입장에서 다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전에 쓰일 세금이 다른 데 쓰이면 훨씬 더 국가 성장 동력 확보나 신산업 창출 등에 쓰일 수 있다"면서 "국가적 관점에서도 제약을 거는 문구"라고 덧붙였다.
 
자원 개발의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박 교수는 "자원 개발은 보유국의 정치, 시민단체, 여론, 언론 등과 다 관련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보유국 정부를 상대하거나, 우리 공공기관이 직접 나서기 힘들다"며 "따라서 민간이 개발의 주체가 돼야 하고, 스스로 사업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평가하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민간이 접근할 수 없는 고급 수준 네트워크, 외교 협력 관계, 정보를 제공하는 공적 기능이 있다"며 "예컨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과 FTA 맺은 국가에서 광물을 잘 확보할 수 있도록 물밑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찰스 프리먼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총괄 선임부회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상공회의소 사무소에서 코트라(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주선으로 한국 언론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 연합뉴스 사진)
 
그러면서 "자원 개발에 대한 세제 지원, 초기 탐사 개발 투자비 지원 등이 있으면 좋겠다"며 "자원 개발과 관련한 특별 융자의 훨씬 더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용을 떠나 자원안보법 제정이 자원 안보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박 교수는 "정책을 수립·입안하는 핵심 그룹에서, 그리고 진보·보수를 떠난 공감대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며 "공감대가 생길 경우에는 해외 자원개발과 굳이 연관없어보이는 것도 다 나중에 순기능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 해외 자원을 확보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자"고 덧붙였다.
 
개발도상국 등에 인프라 구축, 교육 지원, 원조 등을 할 때 반대급부로 자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규제를 풀어야 자원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90년대 말 석유산업 합리화 조치로 석유·석유제품 수출입 요건이 완화하자 정유사들이 정제시설 고도화를 했다"며 "그 결과  기름 한방울 안나는 한국이 원유 갖고 와서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삼는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수적"이라며 "기존에 구축해놓은 오일 허브를 통한 '트레이딩'을 허용하고 LNG 제3자 거래 금지 제도도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수급이나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민간업체들은 자가소비용으로만 LNG를 직도입할 수 있다. 도입량이 소비 예측량을 넘었더라도 다른 곳에 팔 수 없다.
 
박 교수는 "개별 가정에서도 채소를 많이 구입해 냉장고 안에서 썩는 경우가 있다"며 "LNG 수입량 세계 3위인 한국에서 수요에 딱 맞게 수입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을 역임한 박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전공한 이후 자원경제학에 매진해왔다. 이후 KDI(한국개발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의 경력을 거쳐 한국환경경제학회 편집위원장이 되는 등 자원·환경과 경제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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