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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두고 재계-노동계 대립 격화
경총, '손배·가압류 제한의 문제점' 토론회 개최
입력 : 2022-10-19 오후 2:02:3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노동조합 파업 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두고 경제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 제한의 문제점'이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금지하는 불법파업조장법은 민사상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며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평등권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19일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 제한의 문제점'이란 토론회에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개회사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기존 법질서 근간 뒤흔드는 입법…위헌적"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 "최근 야당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기본권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무리한 법 해석으로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수용하기 어렵고, 비교법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단체행동권도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산권과의 균형을 고려해 정당한 쟁의 행위에 대해서만 면책될 뿐"이라며 "그런데도 노동기본권 행사라는 명목하에 명백한 불법 행위에까지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기존 법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입법으로 위헌적이고, 노사 대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성대규 강원대학교 교수는 "이미 정당한 쟁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행위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귀속하는 것은 책임법상 과실책임주의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다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행위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그 책임을 귀속한다는 것이 책임법 원리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법한 쟁의 행위로 손해란 결과가 발생했다면 행위의 종류는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따라서 불법 쟁의 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폭력·파괴 행위를 수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배제하는 것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달 14일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방문해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 경총은 앞으로 개정안에 대한 종합 의견을 국회, 정부 등에 전달하고, 법안의 문제점과 심각성 등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7일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전경련은 △재산권·재판청구권·평등권 침해 우려 등 위헌 소지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 위배와 노조법 내 충돌 등 기존 법질서 배치 △자동화 설비·신기술 도입, 순환 배치, 공장 이전에 대한 파업 가능성 등 경영권 제한 △하청업체·협력업체 생태계 약화 우려 등 산업 현실 괴리 △파업 조장 우려와 국민 피해 등 노사 갈등·피해 확대 등 5가지 부작용 우려를 제시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파업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주주나 근로자, 지역 소상공인 등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지금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노조에 기울어진 노동 관련법을 개선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영계 악의적 선동에 분노…투쟁 전력"
 
현 노조법으로 직접적 피해를 받는 건설산업연맹,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등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는 노동조합법 2조와 3조 개정을 요구하면서 이날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노란봉투법에 대해 경영계가 쏟아내는 막말, 악의적 선동을 보면서 참으로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과연 저들이 헌법상의 재산권, 평등권을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돈 몇 푼 아끼려고 안전장치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사업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 앞에서 재산권을 말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상식적인 사회인가"라며 "모든 부와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자들, 금수저를 들고 태어난 소수의 기득권층이 대를 물려 가난을 이어 나가는 노동자들에게 평등을 강요하는 것이 언어도단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노란봉투법은 오늘도 현장에서 죽거나 다치거나 부당하게 해고당하며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라며 "갈수록 커지는 자본 권력에 맞서기 위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영계와 보수 언론, 수구 정치인들의 악의적 선동에 맞서 고통받고 피해받아 온 당사자들부터 법 개정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한다"면서 "오늘 농성을 시작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노조법 2조·3조를 개정하기 위한 모든 투쟁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래군(왼쪽 두번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93개의 시민사회단체와 노조,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진보당 등 4개 정당은 지난달 14일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출범했으며, 이달 18일 법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취지 발언에서 "노조법 2조 개정은 근로자, 사용자의 정의 개정과 협소한 노동 쟁의의 범위 확대를, 노조법 3조 개정은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을 통해 헌법 33조에 명시된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박석운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손배금지법', '불법파업조장법'이 아니라 '손배폭탄금지법', '진짜사장책임법'"이라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경총 등 사용자 단체와 국민의힘도 헌법의 취지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법 개정을 위해 함께 토론에 나서 달라"고 제안했다.
 
지난 2014년 쌍용차(003620) 노동조합의 파업 당시 노조원들에 내려진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노란 봉투에 넣어 보낸 것에서 유래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의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고, 3조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구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9대·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정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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