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하얗고 동그란 몰드가 다가오자 위쪽에서 분홍색 실리콘이 살포시 내려가 눈동자의 홍채 무늬를 찍어 낸다. 이윽고 다시 옆으로 이동해 또 다른 공정을 거치자 어느새 몰드에 새겨진 홍채 무늬에 색이 입혀지고, 이어 렌즈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매력적인 눈동자 모양과 색깔을 띄게 된 컬러렌즈들은 곧 오열을 맞춰 트레이 위에 차례차례 놓여진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소재 지오메디칼 제2공장에서 컬러렌즈가 인쇄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17일 방문한 광주광역시 북구 소재 지오메디칼 제2공장 곳곳에선 각양각색의 컬러렌즈들이 줄지어서 섬세한 단장을 하고 있었다. 2002년 설립된 지오메디칼은 고부가가치가 있는 컬러렌즈만을 생산하는 업체로, 컬러렌즈 생산량이 월 평균 450만개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2위 렌즈업체다. 100여 종의 컬러렌즈를 생산하는데, 시력에 따라 29개 도수의 제품을 생산하므로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의 가짓수는 총 2900여 종에 이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대다수가 모회사인 스타비젼의 오렌즈를 통해 판매된다.
지난 7월 지오메디칼 신임 대표로 취임한 방현우 대표는 익숙한 듯 방진복을 입고 렌즈 공정 전 과정을 기자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렌즈의 색을 찍어내는 인쇄처리 과정이 렌즈 생산기술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컬러렌즈는 사출실, 인쇄실, 잉크배합실, 열처리실, 자동성형실, 분리실, 검사실을 거치며 완성된다. 가장 먼저 사출실에서는 레진으로 동그란 안구 모양의 몰드가 만들어진다. 동그란 부분만 쓰고 이를 연결하는 부위들은 쓸모없게 되는데 이 부분을 녹인 뒤 재활용해 사용한다고 했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소재 지오메디칼 제2공장에서 컬러렌즈가 옮겨지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다양한 직경의 몰드가 만들어지면 열을 식혀 코팅을 하고 건조한 뒤 본격적인 인쇄에 들어간다. 3컬러 혹은 2컬러에 따라 각각 3도, 2도 인쇄가 들어가는데 3도의 경우 세 번의 인쇄 작업이, 2도의 경우 2번의 인쇄 작업이 이뤄진다. 인쇄 전 말랑한 실리콘으로 홍채 모양을 찍어낸다. 실리콘이 몰드에 살짝 닿자 어느새 미세한 무늬가 생겼고, 인쇄를 거듭할수록 색깔은 더욱 오묘해졌다. 컬러렌즈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렌즈는 자동광학검사 등을 통과해야만 제품으로써 판매된다.
렌즈는 두께가 0.1~0.3mm 수준으로 얇기 때문에 다루기가 까다로운 제품이다. 대다수 렌즈업계의 불량률도 30~40%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만큼 버려지는 제품이 많은 셈이다. 우선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인쇄 단계고, 인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도 이를 옮기는 공정에서도 불량이 쉽게 발생한다. 각막에 닿는 제품이다보니 더 까다롭게 관리하는 탓도 있다. 지오메디칼 공장 곳곳에서도 자리를 이탈해 나뒹구는 불량품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나마 삼성전자와의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4개월 만에 불량률을 현재보다 30% 정도 낮출 수 있었다고 방 대표는 설명했다. 스마트공장 프로젝트가 다 끝나고 안정화 단계에 이르게 됐을 때 불량률을 지금보다 70% 정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몰드 재료를 바꾸고 렌즈를 옮기는 기계의 각도나 강도 등을 조정해 개선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방현우 지오메디칼 대표가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소재 지오메디칼 제2공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삼성전자에서 30년간 근무했던 방 대표에게 제품군이 확연히 다른데 애로사항이 없느냐 묻자 그는 "제품이 다른 것이지 제조를 하는 프로세스는 똑같다"며 "최적으로 조정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컬러렌즈는 패션산업, 화장품산업과 같이 팬시하고 매력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픽이 생명"이라며 "어떤 색상이 유행할 것인지 오렌즈에서 디자인하면 지오메디칼에서는 이를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지오메디칼은 고난도 기술인 미세망점을 통해 자연스러운 눈빛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오메디칼도 매출 부진을 겪었지만 올해는 24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 완화 속 주 고객층인 여성들이 다시 화장을 하면서 컬러렌즈를 찾는 추세인데, 이런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성을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해외 시장도 차츰 열리는 중이다. 지난 9월부터는 일본으로 본격 수출을 시작했는데, 향후 중국, 일본, 아랍, 동남아로 시장을 더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