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21년 전 인권변호사 사망 사건에 '부실 수사 인정'

2001년 10월 1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총상을 입고 숨져

(사진=연합뉴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멕시코 정부가 21년 전 유명 인권 변호사 사망 사건을 두고 부실한 수사로 '자살'로 결론 낸 것에 대해 사과했다.

 

20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주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1년 발생한 디그나 오초아 이 플라시도 변호사 사망 사건을 자살로 결론 낸 것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또한 관련 사건을 전면 재조사할 방침이다.

 

베라크루즈주 출신의 오초아 변호사는 스물네 살이던 1988년부터 멕시코시티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공권력으로부터 인권 침해 피해를 받은 주민들 사건을 주로 맡았다.

 

그러나 오초아 변호사는 1990년대 말 괴한들에게 살해 협박을 받았고, 1999년에는 두 차례 납치를 당하기도 했다. 특히 두 번째 피랍 때는 무장 괴한이 오초아 변호사를 장시간 구타하고 가스총까지 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잠시 몸을 피했던 오초아 변호사는 멕시코시티에서 업무를 재개한 지 약 6개월 뒤인 2001년 10월 1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총상을 입은 채 숨졌다.

 

당시 멕시코 검찰은 공권력 개입 여부와 주변 원한 관계 등을 살핀 결과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 결론 냈다. 이에 유족을 비롯한 사회단체에서는 수사 결과에 반발하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미주인권재판소는 올초 "디그나 오초아 변호사 죽음에 대한 조사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판결하며 멕시코에 재조사를 권고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 판결에 따르겠다"며 전날 공식적으로 유족 등에게 사과하고 사건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초아 변호사의 동생인 헤수스는 "21년간 겪은 굴욕과 조롱 끝에 우리 주장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받았다"며 "우리가 옳았다. 누나는 살해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초아 변호사는 군에 체포돼 가혹 행위를 받은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사건, 군인들에게 잔혹한 고문을 당한 환경운동가 테오도로 카브레라·로돌포 몬티엘 사건 등 각종 인권 사건을 해결하며 멕시코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박재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