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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발 악재①)불끄기 나선 정부…11월이 중요하다
은행·증권 막힌 돈길 뚫어준 한은…증권가 "가장 즉각적인 도움 될 것"
입력 : 2022-10-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레고랜드로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채권시장 경색이 금융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을 결정했지만, 시장 우려가 지속되자 한국은행이 나섰다.
 
당장 다음 달부터 은행과 증권사에 직·간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레고랜드 사태가 한국경제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대책이 당장의 시장 안정에는 효과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한은의 적격담보대출 채권 확대 조치가 즉각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일각에선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적격담보증권 매매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기존 국채와 통안증권,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특수은행채만 해당하던 것을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까지 포함했다. 적용 기간은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간이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주는 담보물이다. 주로 국채,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결정으로 은행은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한 공공기관채 등도 적격담보증권으로 한은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를 더 발행하거나 현금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여기에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 대책도 나왔다. 증권사, 증권금융 등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원 규모의 RP 매입을 내년 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한다. 증권사 등은 보유한 은행채나 한전채를 한은에 팔고 자금을 받아 갈 수 있게 된다.
 
은행과 증권사들의 막힌 돈길을 뚫어준 셈으로, 한은은 국내은행이 29조원의 추가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한은의 대책이 가장 즉각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 적격담보증권 대상 채권에 은행채, 한전채가 포함되면서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23일 발표한 것보다 더 효과 있고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23일 한은의 50조원 지원책 발표이후로도 공사채가 유찰(미매각)되고 크레딧 스프레드도 확대가 지속됐다”며 “채안펀드 조성 및 가동까지 시일이 소요되고, 캐피탈 콜을 실시해야 하는 은행, 보험, 증권 자체 유동성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와 채안펀드가 가동되면 신용경계감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책 발표 후 시장에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채금리가 안정화되고 있으며, 은행채 발행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142%포인트 하락하며 4.112%로 내려갔으며, 10년물, 20년물 장기채와 2년, 5년 단지채도 모두 내렸다. 회사채도 하락했다.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전날 보다 0.133%포인트 내린 5.487%에 거래됐다.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액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은행채 순발행액은 마이너스(-) 7100억원으로 돌아섰다. 
 
즉각적인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 원인인 금리 인상 기조가 중단되는 것이 아닌 만큼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 주요국의 통화긴축 정책이 이어지며 신용스프레드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될수록 신용채권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28일 1.3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신용스프레드가 1.37%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8월 이후 13년 2개월 만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완화시키기에 적절한 수준의 정책이라 판단한다”면서도 “근본적 원인이 금리 상승인 만큼, 채권시장이 회복되기에는 가장 큰 전제조건이 변화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돈맥경화'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채권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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