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조선업계가 후판가 협상 장기화와 중국의 추격 등으로 격랑 속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조선·철강업계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조선향 후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2021년 하반기 협상은 그해 8월에 끝났다. 올해 협상 장기화는 포스코 포항 제철소 침수 피해 복구와 업체 간 이견 영향으로 관측된다.
후판가 인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0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후판가는 동결 또는 소폭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후판가 하락이 흑자 전환에 도움 되는 수준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지난 10월7일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이 재가동된 모습. (사진=포스코)
후판가는 보통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한다. 선박 제조원가에서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5%~30%다. 철강재에서 두께 6㎜ 이상인 선박용 후판 비중은 90% 안팎이다.
조선 3사의 평균 후판 가격은 2020년 약 67만원에서 2021년 약 113만원으로 올랐다. 3사는 철강제 가격 인상분을 충당금으로 설정해 지난해 각 1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평균은 약 128만원으로 다시 뛰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2022년 3분기 영업손실 1679억원을 기록했다. 11일 실적 발표를 앞둔
대우조선해양(042660) 시장 전망치는 468억원 적자다.
산업계에서는 후판 공급 부족 우려가 철강사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침수 피해와 현대제철 파업 등으로 물량이 줄어, 주도권이 철강사로 넘어와 후판가에 큰 하락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초 철강업계에선 올해 상반기 후판가 인상폭이 과거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후판가 상승 기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7월 평균 1t당 109.74 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이 11월 81.16 달러로 떨어지는 등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후판가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 하지만 포스코가 포항 공장 침수로 2조원대 피해를 추산한 뒤로 후판가 대폭 하락 가능성 역시 줄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맹추격도 ‘초격차’ 부담을 키운다. 중국은 후동중화와 장난조선, 대련조선 등을 통해 대형 LNG 운반선에 신규 투자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대형 LNG 운반선 수주 비중은 2019년 96%와 4%에서 2022년 1월~9월 77%와 23%로 격차가 줄었다.
선박 수주량도 중국이 앞서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2022년 10월 선박 수주량에서 중국이 53%, 한국이 42% 수주한 것으로 집계했다. 1~10월 누계 수주도 중국이 46%, 한국(42%)를 앞섰다.
다만 조선업계는 중국 선박 발주와 수주가 자국 중심이고 최대 건조량이 한국보다 많을 뿐, 기술력으로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거나 100%에 근접하는 등 2026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선사들은 선별 수주로 돌아서고 있다.
반면 공급에 여유 있는 중국이 자국 수요 중심으로 중형 선박을 다량 수주하고 있고, LNG선 건조 일정이 빠듯한 한국으로부터 반사 이익도 얻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LNG 선박 인도 시점을 못 지킨 사례가 있고 시행 착오를 거치다 보면 한국처럼 (오류가)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건조 기술이나 LNG에 대한 안전 등은 한국이 앞서고 있다”며 “전세계 수요와 한국의 공급 능력에 차이가 있다 보니 중국도 그 차이를 갖고 (시장에) 들어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자동차에 비유하면 일반 중형차는 생산량이 더 많지만 고급 세단은 상대적으로 적다”며 “누적 수주로 보면 중국이 많지만 금액으로 보면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와 조선 3사의 눈은 이미 친환경·스마트십을 향하고 있다. 미래 선박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아 무탄소 시대에도 조선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암모니아 기술과 전기추진 개발, 액화수소 탱크 소재와 시스템 설계기술 개발, 자율운항 선박과 스마트 야드 기술개발·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액화수소 연료전지 선박 추진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노르웨이 선급 DNV로부터 기본인증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와 풍력발전기설치선(WTIV)에 독자 개발 스마트십 시스템(DS4)을 추가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율운항선박 회사 아비커스를 통해 2023년부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에 나선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