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14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이브이첨단소재(131400)가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아직 자본잠식 상태가 아님에도 재무구조 개선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전환권 행사로 인한 자본확충 효과 등이 발생했음에도 결국 감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아직 공시되지 않은 3분기 수익성이 좋지 않아 결손금이 더 쌓였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브이첨단소재는 기명식 보통주 2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감자 전 6413만4882주던 주식 수는 3206만7441주로 줄어들게 되며 자본금은 321억원에서 160억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감자는 자본잠식 우려가 있는 기업들이 진행한다. 결손금만큼 자본금을 줄임으로써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브이첨단소재는 공시를 통해 결손금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감자 목적으로 내세웠다.
다만 이브이첨단소재의 감자 결정이 빠르다는 의견도 있다. 올 6월 말 연결기준으로 자본금은 285억원, 자본총계는 56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다. 여기에 9월 말과 10월 초 보유하고 있는 전환사채의 전환권(115억원 규모)이 행사되면서 자본확충이 일어났다. 전환권 행사의 경우 신주가 발행되기 때문에 유상증자와 같은 재무개선 효과가 발행한다.
물론 같은 기준 결손금이 282억원으로 재무상태를 고려했을 때 많은 편이긴 했다. 그렇기에 이번 감자 결정이 3분기 수익성이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브이첨단소재의 영업실적은 그리 안정적이지 못했다. 5년간 영업실적(연결)을 살펴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7년 871억원과 47억원, 2018년 657억원과 28억원, 2019년 524억원과 10억원, 2020년 458억원과 -44억원으로 매출은 역성장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 635억원과 영업이익 23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3% 줄어든 266억원을 거뒀고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다시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017년 12억원, 2018년 24억원에서 2019년 -14억원으로 전환된 뒤 2020년 -67억원, 2021년 -93억원, 2022년 상반기 -109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을 살펴보면 2017년과 2018년 당기순이익을 낸 효과로 2018년 9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기록했으나 이후 지속된 당기순손실로 2019년 -12억원으로 돌아섰으며 2020년 -81억원, 2021 -172억원, 2022년 상반기 -282억원까지 결손금 규모는 확대됐다.
결국 상반기 대비 결손금을 줄일 수 있는 정도로 당기순이익을 3분기에 기록한다면 반기 기준 자본금과 자본총계 차이와 전환권 행사로 인한 자본확충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자본잠식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아직 3분기 실적이 공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적인 악재로 여기는 무상감자를 선택했다는 점은 3분기 수익성이 그리 좋지 않아 결손금이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전환권 행사로 인한 자본확충 효과에서 자본잠식 가능성이 별로 낮아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이브이첨단소재는 자본잠식이나 결손금 증가 문제가 아닌 공격적인 재무개선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감자를 통해 결손금 규모를 크게 줄이고 이후 진행되는 유상증자를 통하 마련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함으로써 무차입 경영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반적으로 그렇듯 감자 이후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는데 이브이첨단소재는 360억 규모의 주주우선공모방식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채무상환과 운영비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브이첨단소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무상감자 결정은 재무개선을 위해 공격적인 방안을 선택한 것”이라며 “감자와 유증 이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다음 사업을 영위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