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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위기에 대응하는 소상공인의 회생방안, 재취업과 협동화
입력 : 2022-11-18 오전 6:00:00
위기가 끝도 없이 몰려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여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더 무서운 복합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반짝 회복세를 보인 경기는 물가상승·금리인상·환율급등의 삼중고에 짓눌려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6%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1.7%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가장 큰 배경은 민간소비 부진에 있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 저변을 형성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부진에서 회복될 겨를도 없이 복합위기에 맞닥뜨린 소상공인은 자금난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정부는 3고(高)시대에 소상공인의 금융애로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올해 9월 말에 종료될 예정이었던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원금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추가로 최대 3년 연장해줬다. 더불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게는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대환대출 지원도 시행했다. 무엇보다 가장 파격적인 금융지원은 약 3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배드뱅크인 '새출발기금'을 설립해 부채상환이 곤란한 폐업·부도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하거나 탕감해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금리가 인상될 추세에 대응하여 소상공인의 이자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더 나아가 부채를 조정하고 탕감해주는 조치는 시기적절하다. 하지만 금융지원만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애로는 위기라는 상황적 요인보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소상공인의 본질적 문제는 과밀과당 경쟁에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수는 551.1만명(2021년 12월말 기준)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적정 규모(2019년 기준)는 350만명 내외로 산출되어 약 200만명 가량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소상공인 생태계는 상당한 과잉공급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에 소상공인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아무리 소비촉진 대책을 내놓고 유통대기업을 강력히 규제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과밀과당 경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생력이 취약한 소상공인이 자발적으로 퇴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폐업한 소상공인 다시 창업하지 않고 취업하도록 유도해야 '창업-폐업-재창업'의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다. 지금도 휴·폐업 소상공인이 생계를 위해 온라인 쇼핑의 배송기사나 배달플랫폼의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이 상시근로자로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폐업 소상공인의 취업지원이 효과를 보려면 금융지원과 병행하는 연계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소상공인이 폐업한 다음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대출금과 지원금의 제약이 있다. 폐업할 경우에 은행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며, 정부의 지원금(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손실보전금 등)에서도 소외된다. 
 
폐업 소상공인이 일정기간 취업훈련을 받으면 그 기간에 상응하는 생활비 지원도 필요하다. 폐업 후 생계를 위해 다시 창업하는 일이 없도록 정상적으로 취업훈련을 받는 기간에 생활비(실업급여와 유사한 '재취업훈련급여')를 국고로 지원해줘야 한다.
 
부채상환이 곤란해 채무를 조정해주거나 감면해 주는 새출발기금의 적용을 받는 소상공인은 의무적으로 취업훈련에 일정기간 참여하고 구직활동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국민 세금을 통해 채무감면의 혜택을 받으면 이에 상응하는 취업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식할 수 있다.  
 
생존 소상공인은 협동화를 통한 공동경쟁력을 갖춰 부족한 개별적 경쟁력을 보강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전체 자영업자 중에서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의 비중이 75.5%를 차지한다. 이들은 모든 일을 혼자 다 수행해야 하므로 전문성과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직과 인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이 독자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상호협력하여 공동구매, 공동물류, 공동마케팅 등의 공동화 사업을 추진해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부 지원사업에 대한 만족도에서 '공동구매 등 공동마케팅'과 '공동시설 구축·운영'이 높게 나타났다. 
 
휴·폐업 소상공인의 재취업과 생존 소상공인의 협동화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다각도의 정책노력이 기울여졌지만, 성과를 거둔 사례는 드물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소상공인에 금융지원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부와 소상공인 그리고 국민 모두가 절대절명의 의지를 갖고 소상공인 생태계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위기가 닥쳐도 소상공인이 자생력을 갖고 생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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