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타투이스트' 타투가 보여준 치유와 공감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더 타투이스트’가 타투를 통해 치유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사연으로 공감과 감동을 자아냈다.

 

16일 첫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더 타투이스트’ 1~2회에서는 힘든 삶을 살아내기 위해 타투를 선택, 용기와 희망을 얻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펼쳐졌다.

 

‘더 타투이스트’는 은밀하지만 당당한 타투 이야기를 그린 국내 최초 시추에이션 타투 다큐멘터리다.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문화 장르이자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타투를 주제로, 각자 자신만의 타투를 품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다.

 

이날 공개된 첫 화에서는 아픔을 지우기 위해 타투를 선택한 이들의 사연이 공개됐다. 작업 중 갑작스러운 기계 끼임 사고로 손가락 반 마디가 절단된 엔지니어는 타투이스트 도이의 도움으로 새로운 손톱을 얻었다. 도이는 신중한 작업으로 잘린 손마디에 예쁜 손톱을 타투로 심어 넣었고, 둘은 “너무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랜 시간 아들의 잘린 손마디에 가슴앓이 해온 어머니는 “눈물이 나려고 그런다”며 “너무너무 감사하다. 죽을 때까지 안 잊을게요”라고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연자는 자신의 손마디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손톱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평생 가슴에 새기겠다”고 감격했다. 이석훈은 뿌듯한 미소와 함께 “이제는 기쁜 일만 남았다”고 두 모자의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응원했다.

 

경남 김해에서부터 타투숍을 찾은 사연자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연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사연자는 “1999년 아버지가 암 투병하다 제 생일에 돌아가셨고, 10년 뒤 제 생일에는 동생이 죽었다. 힘듦과 슬픔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청소년기를 힘들게 보내다가 저 역시 얼마 전에 유방암에 걸렸다. 작년에 수술했다”고 등에 난 긴 수술 흉터를 공개했다.

 

자신 역시 유방암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연자는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목숨만 겨우 구한 남편을 위해 항암까지 포기했다. 사연자는 “계속 재활원을 다니며 더 나빠지지 않게 치료를 해야 하는데, 제가 쓰러져 버리면 안되니까”라고 항암마저 포기한 안타까운 과거를 전하며 “저는 아직 힘을 더 내야 한다”고 삶의 의지를 다졌다.

 

사연자는 “엄마로, 남편을 간병하는 아내로 지고 있는 이 십자가가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고통을 상징하는 흉터를 아름다운 타투로 덮고 싶다고 했다. 이어 사연자는 타투이스트 유주와 오랜 상담과 대화 끝에 긴 흉터를 꽃으로 장식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태몽을 꿨는데, 차가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앙상한 가지마다 꽃이 피었다고 하더라”라는 사연자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타투이스트 유주의 시술로 사연자의 등에는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었다. 거울로 마침내 자신의 타투를 확인한 사연자는 감격에 눈물을 터뜨렸다. 사연자는 “제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고 오열했고, 휘몰아치는 감정에 오랜 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사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공감해왔던 타투이스트 유주 역시 눈물을 참지 못했고, 두 사람은 부둥켜안으며 마음을 함께 나눴다.

 

교감을 몸에 새기고 싶은 하이다이빙 선수, 동생과의 우애를 담고 싶어 하는 학원 강사도 새로운 타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었다. 여기에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어 늘 모범생으로 살았던 서울대학교 학생의 사연도 공감을 자아냈다.

 

사연자는 “어렸을 때 부모님도 맞벌이를 해서 상을 타와야지 말할 거리가 생겼다”며 “학교에 제일 일찍 나가서 제일 늦게 가는 생활을 고등학교 내내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유일하게 서울대학교를 가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인생은 많이 남았는데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기분이었다”며 “그 전까지는 남들이, 또 엄마 아빠가 좋아할 것 같은 걸 생각했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하자”고 타투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이날 ‘타투이스트’에서는 타투를 둘러싼 이석훈의 사연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두 팔을 장식하고 있는 타투를 공개한 이석훈은 “대부분이 엄마, 아내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군대에 있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 일병 때였는데 제가 너무 존경하는 분이 돌아가시니까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석훈은 팔 타투를 선택했다. 자신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석훈은 “연예인이고 발라드 가수가 팔에 문신을 하는 건 사실 되게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다. 제가 저 자신이 아니었는데 그때 타투가 큰 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타투가 주는 ‘치유의 힘’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지만, 여전히 타투를 향해 있는 이중적 시선 때문에 타투를 지울까 고민까지 했었다고도 고백했다. 이석훈은 “우리 아이가 태어나고는 지울까도 고민을 했다. 연예인이니까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겠지만, 아이랑 같이 갈 때 조금 그래 보이지 않을까 지레 겁먹은 것도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웨이브 '더 타투이스트' (사진=웨이브)

 

 

신상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