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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늘고 저기는 줄고…조선사 탄소 감축 왜 다를까
입력 : 2022-11-22 오후 4:31:16
최근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이산화탄소(CO₂) 저감 성과를 발표해 조선업계의 탄소중립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월~8월 인도한 선박 22척의 생애주기(평균 24년) 동안 탄소 감축 기여량은 총 1058만톤(tCO2-eq)이라고 최근 밝혔습니다. 이는 승용차 약 595만대가 1년간 주행하며 배출하는 전체 탄소 배출량에 해당합니다.
 
근거는 삼성중공업의 ‘스코프(Scope) 3 선박 운항 단계 탄소감축 방법론‘입니다. 스코프3은 ‘GHG 프로토콜’에 따른 탄소 산출 영역입니다. 이 프로토콜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와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제시한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 영역(Scope)은 배출원에 따라 Scope 1~3으로 나뉩니다. 스코프 1은 ‘직접배출’로 기업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원에서 직접 발생된 탄소입니다. 스코프 2는 ‘간접배출’로 기업이 구매해 소비한 전기와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된 탄소입니다. 스코프 3은 ‘기타 간접배출’로 스코프 1~2를 제외한 물류와 출장, 협력사, 제품 사용에 따른 배출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된 탄소를 가리킵니다.
 
삼성중공업의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그런데 7월 통합보고서로 스코프 3 현황을 먼저 발표한 한국조선해양은 오히려 탄소 배출이 늘었다고 합니다. 한국조선해양의 2021년 통합보고서를 보면, ‘총 기타 배출량(스코프 3)이 2020년 8465만314톤에서 2021년 9998만1685으로 늘었습니다. 오히려 1000만톤 넘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두 회사가 내놓은 탄소 증감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우선 삼성중공업은 올해 인도한 선박 22척 생애주기인 24년 동안의 간접 탄소 배출량을 미리 계산한 결과를 냈습니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간접 탄소 배출량을 미리 계산하지 않고, 2021년까지 선주에게 인도돼 운용중인 선박들로 인한 간접 탄소 배출량을 전부 더했습니다. 발표한 수치의 계산 방식이 처음부터 다릅니다.
 
측정 기준도 같지 않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스코프 3 선박 운항 단계 탄소감축 방법론’을 개발해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신뢰성을 얻었습니다. 이에 따라 산출한 탄소 감축 기여량은 한국품질재단 검증을 받았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의 제3자 검증은 한국경영인증원이 했습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도 고객사와 LCA(Life Cycle Assement) 협업을 수행하며 선박 생애주기 전 과정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감축 방안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에서는 업종별, 회사별 탄소 감축 성과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제각각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탄소 감축은) 공급사들이 A~F 식으로 다 연관돼 있는데, C만 탄소를 줄이면 안 되고 A, B와 연관된 개념”이라며 “검증기관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면 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통일되거나 획일적인 기준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업종별로 너무 다르다”며 “각 주체의 움직임을 다 확인할 수는 없으니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러니 나름의 합의를 찾는데, 선박 판매량이 늘면 탄소가 늘기 때문에 친환경 선박을 어떻게 만들지가 과제”라며 “무탄소 선박 발주 계획과 관련해 해운사들과 가장 많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한국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 친환경 선박 수주를 이어가고 있지만, 친환경 선박도 탄소를 배출하므로 전체적인 탄소 배출은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조선사들은 수소와 암모니아, 메탄올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에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R&D) 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0월 덴마크 선사 머스크로부터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습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이 머스크에서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 19척 모두 인도돼 운항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약 230t 줄일 수 있습니다.
 
조선사들은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도 뛰어들어 탄소중립 기술의 주도권을 쥐려 합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향후 원자력 발전과 원자력 추진 선박 기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전략입니다.
 
삼성중공업도 덴마크 용융염원자로 개발사 시보그(Seaborg)와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 기술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CSMR은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으면서 고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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