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 17일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직후부터 갤럭시S22부터 갤럭시플립4 등 올해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불법보조금 지급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게릴라성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단통법으로 이동통신시장의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불법보조금을 단속하기 위한 내년 정부 예산을 올해보다 확대해 잡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단통법 단속에도 불법보조금 위반 사례가 지속되는 만큼 자급제 폰 확대 등 정책을 전환할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는 단통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내세우고 있다.
2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출시된 갤럭시S22는 '차비폰'으로 전락했다. 출고가 99만9900원인 이 제품에 최대 50만원의 공시지원금이 지원되는데, 번호이동을 할 경우 10만~15만원, 일명 '차비'를 받고 변경할 수 있다. 공시지원금의 15% 이내에서 지원되는 추가지원금 7만5000원을 제하더라도 50만원 넘는 불법보조금이 지원된 셈이다. 8월말 출시된 갤럭시Z플립4도 기본모델은 9만~15만원 정도를 내면 구입할 수 있다.
보조금 지원이 약한 애플의 제품에도 불법보조금이 실리고 있다. 아이폰14 기본 모델은 48만~49만원 수준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출고가 124만3000원인 이 제품엔 최대 24만원의 공시지원금이 책정된다. 15% 추가지원금을 더하더라도 50만원 가까이가 불법보조금으로 지원되는 셈이다.
서울 시내 휴대폰 대리점 모습. (사진=뉴시스)
불법보조금이 지속되면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을 보완할 수단으로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통신사와 대리점 사이에 구축됐던 이 시스템은 지난 8월 판매점까지 확대됐다.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은 단말기 유통시장에서 불투명하게 관리돼 온 판매장려금(불법보조금)을 전산화해 특정 유통채널에 장려금이 쏠리는 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장려금 입력을 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있어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판매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통신사들이 시시각각 장려금을 바꿔 단속도 쉽지 않다.
유명무실해진 단통법에도 불구하고, 단통법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정부 예산은 내년에도 늘어날 전망이다. 방통위가 수행 중인 통신시장 모니터링 등을 포함한 방송통신시장 조사분석 사업은 2019년부터 매년 2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내년 예산안에는 전년 대비 12.7% 증가한 23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이동통신유통망 관계자는 "단통법에 따라 정당하게 사업을 하는 유통매장들은 수익이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정보의 차이에 따라 소비자 차별도 여전하다"며 "관련 예산을 늘릴 것이 아니라 단통법을 폐지해 성지점 위주로 쏠린 시장 구조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자급제 확대 등 단통법의 정책 방향을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단말기 자급제를 확대해 완전 자급제로 전환될 경우 통신비 인하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자급제 확대는 여전히 존재하는 불법보조금, 위반사업자 적발을 위한 행정력 낭비, 단말기 유통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